문화전당과 수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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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전당과 수영장
2018년 08월 01일(수) 00:00
지난 2016년 개최된 ‘아트광주’의 가장 큰 수혜자는 누구일까? 아마도 미술품을 거래하는 아트페어의 특성상 작품을 많이 판매한 작가나 갤러리일 것이다. 하지만 당시 지역미술계에서 회자된 영예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국립아시아문화전당(전당)이었다. 개관 1주년을 맞은 전당을 대중에게 널리 알린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것이 ‘아트광주 16’은 역대 최다관람객 8만여 명을 기록했고 13개국에서 74개 갤러리가 참여하는 등 대성황을 이뤘다. 하지만 정작 아트페어를 주관한 광주미협 관계자들은 전당의 ‘경직된’ 운영에 적잖은 마음고생을 했다고 한다. 문화전당의 문화창조원과 예술극장 두 곳에 작품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국립시설이라는 이유로 제약사항이 많아 공간을 배치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불편한 관람동선이 그중에 하나였다. 예술극장과 문화창조원의 실내 동선이 연결되지 않아 방문객들은 각각의 출입구를 통해 전시를 관람해야 했다.

‘아시아 문화의 전당이라더니 야외수영장이네요!’ 며칠 전 서울에서 활동하는 미술평론가 M이 필자에게 보낸 카톡 메시지 일부다. 그러면서 전당 광장에 설치된 80m 길이의 초대형 워터 슬라이드 수영장 세트 사진을 첨부했다. 모처럼 문화전당의 전시를 둘러 보기 위해 광주에 왔는데 광장 한 가운데 자리한 수영장 세트를 보고 당황스러웠다고 한다.

순간 머리를 한대 맞은 기분이었다. 나 역시 세계적인 복합문화시설과 수영장의 조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해서였다. 물론 대중적인 물놀이를 통해 전당을 시민들에게 친숙하고 재미있는 공간으로 알리고 싶은 취지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또한 전당의 콘텐츠는 꼭 순수예술이어야 한다는 의미는 더더욱 아니다. 그렇다고 꼭 수영장이어야 했을까. 다른 방식은 없었을까, 왠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개관 3주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전당만의 정체성을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문화적인’ 이벤트는 자칫 득보다는 실(失)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전당은 ‘2018 광주비엔날레’(9월7~11월11일) 66일 행사기간 동안 매주 월요일에는 종전대로 휴관하기로 해 문화계의 빈축을 사고 있다. 올해 비엔날레는 전당과 재단이 상호협력을 통한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비엔날레 전시관과 전당의 문화창조원 두 곳에서 개최된다.

하지만 전당의 ‘월요일 휴관’ 원칙으로 상생효과가 반감될 듯 하다. 관람객 편의를 위해 비엔날레기간 문화창조원을 오픈해달라는 재단의 요구를 전당측이 거절한 것이다. 개관이후 고수해온 휴관원칙과 시설보안 등의 이유에서다. 때문에 월요일에 비엔날레를 찾은 관람객은 비엔날레 전시관과 달리 전당에서 열리는 일부 전시는 볼 수 없다.

‘월요일 반쪽 관람’이라는 변수가 올 광주비엔날레의 관람객 유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궁금하다. ‘안방’을 수영장으로 내준 ‘통큰’ 전당이 정작 문화행사에는 왜 그리 깐깐한지. 전당의 정체성은 ‘국립’이라는 화려한 타이틀이 아닌 그간의 궤적에서 나오는데 말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워터슬라이드 물놀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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