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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영 순천 매곡동성당 주임신부] 어른이 된다는 것은
2018년 05월 11일(금) 00:00
가톨릭교회에서는 5월을 성모성월로 지냅니다. 예수님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함께하셨고, 예수님을 따르며 한평생을 사셨던 성모 마리아의 삶을 본받고자 노력하는 달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을 포함해서 스승의 날, 입양의 날 등이 있는 가정의 달입니다. 다른 어느 시기보다 가족 구성원들 서로서로가 더욱 사랑하고 관심을 가져 주며 함께하는 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어버이날도 아니고 어린이날도 아닌, ‘어른이날’이란 말이 들려옵니다. 이날은 성인이지만 어린이처럼 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날이라고도 하고, 진짜 어른이 되는 날이라고도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후자의 표현이 더 마음에 듭니다.

물론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마태 18, 3)라고 말씀하시기는 하셨지만, 나이 든 성인들에게서 어른답지 못한 모습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오늘날, 진정한 어른의 모습이 그립기 때문인 듯합니다. 성경 안에서 바오로 사도도 “악에는 아이가 되고, 생각하는 데에는 어른이 되십시오”(1코린 14, 20)라고 코린토 신자들에게 조언합니다.

어른은 ‘어루다’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어루다’라는 말은 남녀가 성관계를 맺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남녀가 결혼을 하여 아이가 태어나게 되면 상투를 틀게 하고 어른으로서 대접을 해 주었던 것입니다.

사전을 찾아보면, ‘어른’의 기본 의미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을 뜻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이젠 더 이상 누군가를 필요로 하는 어린이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에게 책임 있는 말을 하고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어른인 것입니다. 그러기에 성인과는 조금은 다른 뉘앙스를 지닌 단어가 바로 어른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캥거루족, 연어족, 리터루족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한 이들을 일컫는 신조어들입니다. 이러한 말들이 생겨나는 것은 오늘날 젊은 세대들이 독립해서 살아가기 힘들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현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녀 교육 문제와 치솟는 집값을 버텨 내지 못하고 다시 부모의 집으로 들어와서 살거나, 아예 결혼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힘든 사회적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 이면에는 그런 신조어들이 나오는 것에 대한 일말의 노파심이 들곤 합니다. 오늘날 청년 세대들이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해서 불편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 때문입니다. 이미 기성세대의 나이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자유를 스스로 구속하며, 자신은 아직 어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닌지, 또는 기성세대들이 청년 세대를 존중해 주는 것이 부족해서 어른이 되는 것을 꺼려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마음이 듭니다.

오늘날 뉴스를 보면 온통 부조리와 비리 소식이 들려오는데, 이런 상황에서 경제적·심리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견뎌 내는 이유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겸손함의 옷을 입고 삶을 깊이 있게 통찰하며 살아가시는 참어른들이 적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제는 누군가가 그렇게 살아가 주기만을 바라지 말고 우리 모두가 어른으로서 살아갈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나이가 적든지 많든지 간에 서로를 인정해 주고 존중해 주며 책임감 있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어른스러운 사회로 우리 사회가 성장할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류시화 시인은 키플링의 시 ‘만일’을 번역하며 ‘어른’이라는 단어를 넣었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다시 한 번 음미해 보시면 좋을 듯해서 몇 대목 소개해 드립니다.

“만일 네가 모든 것을 잃었고 모두가 너를 비난할 때/ 너 자신이 머리를 똑바로 쳐들 수 있다면,/ 만일 모든 사람이 너를 의심할 때/ 너 자신은 스스로를 신뢰할 수 있다면,/ (중략) / 만일 군중과 이야기하면서도 너 자신의 덕을 지킬 수 있고/ 왕과 함께 걸으면서도 상식을 잃지 않을 수 있다면,/ (중략)/ 그리고 만일 네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1분간을/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60초로 대신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세상은 너의 것이며/ 너는 비로소/ 한 사람의 어른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