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영 순천 매곡동성당 주임신부] ‘첫 마음’을 간직하며 산다는 것은
지난 1월 10일, 염주종합실내체육관에서 천주교 광주대교구의 큰 행사가 있었습니다. 사제 서품식을 통해 일곱 분의 새 사제가 탄생한 것입니다. 필자의 본당에서도 두 분의 새 사제를 배출해 축하와 감사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여 년 간의 시간을 통해 조금씩 스승이신 예수님을 닮아가려 노력했던 신학생들이 드디어 사제로 서품되는 그 순간은 감동, 그 자체입니다.
특별히 서품 예식 중에 서품 후보자들이 바닥에 엎드리는 장면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울컥함을 줍니다.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마태 20,28)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서, 이제는 세상에 나아가 가장 낮은 자세로 봉사하고 사랑을 실천하며 살겠다고 다짐하면서, 수품 후보자들이 바닥에 부복한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해마다 참석하는 서품식이지만 늘 새로운 감동을 받곤 합니다.
그렇게 뜨거운 마음과 열정을 가지고 시작한 사제로서의 다짐은, 시간이 흐르고 사람들과 만나 부딪치며 깨지는 동안 조금씩 식어가곤 합니다. 내 맘 같지 않은 교우들을 만나서 상처받기도 하고, 사목적 미숙함이나 인간적 한계 때문에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면서, 그렇게 예수님을 닮은 사제가 되겠다는 첫 마음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필자 역시 그런 순간이 다가왔을 때, 저 자신에게 너무나 놀랐습니다. 더 이기적이고 세속적으로 변해버린 모습은 제가 가장 싫어하는 모습이었고, 과연 이런 마음으로 한평생 사제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쉽게 잠들지 못하는 나날들도 많았습니다.
그런 필자로 하여금 매해 1월 서품식장에서 만나게 되는 후배 신부님들의 설렘 가득한 모습은, 바닥에 부복했던 그때 그 순간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면서 저의 첫 마음을 일깨워주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살면 안 된다고, 이렇게 살 순 없다고. 하느님이셨지만 사람들을 위하여 기꺼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사랑과 섬김의 삶을 사셨던 그분을 따라 살아가야 되지 않겠냐고, 사제 서품을 받던 ‘그때의 내’가 시간이 흘러 그저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변해버린 나’에게 말을 건네는 것입니다. 그렇게 사제 서품식은 필자로 하여금 예수님을 닮은 겸손한 사제로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던 첫 마음을 다시 일깨워주는 순간으로 다가오곤 합니다.
‘처음’은 그 누구에게나 늘 특별하고 중요한 순간일 것입니다. 첫 입학, 첫 친구, 첫사랑, 첫아이, 첫 내 집 마련, 첫눈, 첫 선물 등등. ‘처음’이란 단어는 낯설음, 두려움뿐만 아니라 설렘과 희망을 주면서 우리를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꿈틀대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특별히 어떤 일을 시작하면서 갖게 되는 ‘첫 마음’은 그 일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그 일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기도 합니다.
지난 1월 25일은 새로 수품 된 신부님들이 첫 발령지로 가서 사목 생활을 시작하는 날이었습니다. 부디 서품식장에서 느꼈을 첫 마음을 잊지 않고, 첫 부임지에 가셔서 예수님의 사랑과 하느님의 자비하심을 잘 나누며 살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필자를 포함해서 세상의 수많은 종교 지도자들이 그들의 ‘첫 마음’을 간직하며, 그들의 스승의 삶을 잘 따라서 살아간다면 결코 이 세상은 암울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신앙이라는 것은 세속적인 삶의 큰 흐름을 변화시킬 수는 없을지 몰라도 그 흐름을 맞이하는 태도는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어둠으로 가득한 긴 터널같이 느껴지는 삶에서도 희미할지는 모르지만 멀리서 비쳐오는 빛을 발견하고 희망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자신의 삶이 미처 주위를 둘러볼 여유도 없이 하루하루 겨우 버텨가는 삶이라 할지라도,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었던 첫 마음을,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다짐했던 열정 가득한 첫 마음을 잊지 않고 살아간다면 내일은 오늘보다는 더 살맛나는 세상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뜨거운 마음과 열정을 가지고 시작한 사제로서의 다짐은, 시간이 흐르고 사람들과 만나 부딪치며 깨지는 동안 조금씩 식어가곤 합니다. 내 맘 같지 않은 교우들을 만나서 상처받기도 하고, 사목적 미숙함이나 인간적 한계 때문에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면서, 그렇게 예수님을 닮은 사제가 되겠다는 첫 마음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필자 역시 그런 순간이 다가왔을 때, 저 자신에게 너무나 놀랐습니다. 더 이기적이고 세속적으로 변해버린 모습은 제가 가장 싫어하는 모습이었고, 과연 이런 마음으로 한평생 사제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쉽게 잠들지 못하는 나날들도 많았습니다.
‘처음’은 그 누구에게나 늘 특별하고 중요한 순간일 것입니다. 첫 입학, 첫 친구, 첫사랑, 첫아이, 첫 내 집 마련, 첫눈, 첫 선물 등등. ‘처음’이란 단어는 낯설음, 두려움뿐만 아니라 설렘과 희망을 주면서 우리를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꿈틀대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특별히 어떤 일을 시작하면서 갖게 되는 ‘첫 마음’은 그 일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그 일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기도 합니다.
지난 1월 25일은 새로 수품 된 신부님들이 첫 발령지로 가서 사목 생활을 시작하는 날이었습니다. 부디 서품식장에서 느꼈을 첫 마음을 잊지 않고, 첫 부임지에 가셔서 예수님의 사랑과 하느님의 자비하심을 잘 나누며 살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필자를 포함해서 세상의 수많은 종교 지도자들이 그들의 ‘첫 마음’을 간직하며, 그들의 스승의 삶을 잘 따라서 살아간다면 결코 이 세상은 암울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신앙이라는 것은 세속적인 삶의 큰 흐름을 변화시킬 수는 없을지 몰라도 그 흐름을 맞이하는 태도는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어둠으로 가득한 긴 터널같이 느껴지는 삶에서도 희미할지는 모르지만 멀리서 비쳐오는 빛을 발견하고 희망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자신의 삶이 미처 주위를 둘러볼 여유도 없이 하루하루 겨우 버텨가는 삶이라 할지라도,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었던 첫 마음을,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다짐했던 열정 가득한 첫 마음을 잊지 않고 살아간다면 내일은 오늘보다는 더 살맛나는 세상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