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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책방마실’
2018년 01월 17일(수) 00:00
3개월 전 시집 전문서점 ‘위트 앤 시니컬’(wit and cynical)를 취재하던 날, 생각지도 않은 미로찾기를 했다. 책방지기인 유희경(시인)씨가 일러준 대로 서울 신촌 기차역사 건너편에서 책방을 수소문했지만 웬걸, ‘위트 앤 시니컬’은 눈에 띄지 않았다. 원래 길치인 탓에 어느 정도 헤맬 각오는 했지만. 주변 상인들이 친절하게 알려준 곳들은 내가 찾는 책방이 아니었다.

유씨와의 수차례 통화 끝에 가까스로 ‘위트 앤 시니컬’을 발견했다. 그런데 문제의 서점은 아무리 길눈이 밝은 사람이라도 찾기 어려운 장소에 있었다. 그 흔한 간판은커녕 다른 숍과 공간을 나눠쓰는, 일종의 ‘숍인숍’ 서점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알 리 없는 상인들은 주변의 다른 책방을 내게 안내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위트 앤 시니컬’이 들어서 있는 신촌 기차역사 주변은 ‘책방천국’이었다. 추리소설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미스터리 유니온’에서 부터 중장년층의 문학다방인 ‘봄봄’까지 무려 6개의 서점이 성업중이었다.

솔직히, 이날 ‘위트 앤 시니컬’을 찾느라 발품을 팔아야 했지만 피곤한 줄 몰랐다. 저마다 독특한 컨셉을 내건 서점들이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에 옹기 종기 모여 있다 보니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서울의 주요 지하철 역사에는 ‘책방산책 서울’을 소개하는 전광판 광고가 내걸려 있었다. ‘책방산책 서울’은 서울시가 동네서점의 아기자기한 매력과 주변의 볼거리를 알리기 위해 책방길 11곳을 엄선해 투어코스로 개발한 것이다. 또한, 서울시는 지난해 3월 시민과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이들 책방길 11곳의 이야기를 담은 가이드 북 ‘책방산책 서울’을 출간하기도 했다.

책 속에 등장하는 망원책방길에는 지역의 문화커뮤니티로 변신하는 책방을, 홍대 앞 책방길은 국내·외 독립출판물부터 책방주인과 1대1 상담을 하는 책방들이 들어서 있다. 근래 핫플레이스로 뜨고 있는 연남책방길에는 인문·여행 전문 책방들이, 종로 책방길은 해외패션잡지와 헌책의 공존을 엿볼 수 있는 서점들이 밀집돼 있다.

최근 광주에서도 우리 동네의 작은 책방들을 엮은 가이드 맵이 나왔다. ‘싸목싸목(천천히라는 전라도 방언) 책방마실’이라는 이름의 팸플릿에는 동네책방 숨, 인생가게, 라이트라이프, 메이드 인 아날로그, 공백, 소년의 서, 책과 생활, 검은책방 흰책방, 타인의 책 지음책방, 심가네 박씨, 연지책방, 파종모종 등 지역의 12개 서점이 수록돼 있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동네를 거닐다 보면 골목길 어귀에서 만날 수 있는 친근한 공간들이다. 독립출판물만을 취급하는 서점에서부터 예술과 디자인의 감각적인 책방, 하룻밤 묵으며 독서를 할 수 있는 책방, 책과 맥주가 함께하는 책방 등 그야말로 십인십색( 十人十色)이다.

색깔 있는 서점은 새로운 책의 발견, 일상의 진화로 이어진다. 이들 책방이 광주의 문화명소로 뿌리 내리려면 지속적인 관심은 필수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올해는 소소한 이야기가 숨어 있는 책방으로 마실가자. 싸목싸목 말이다.

〈제작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