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헌권 서정교회 담임목사] 봉쇄 수녀원에 있는 수녀님에게 보내는 편지
수녀님! 2018년 새해가 시작한 지 벌써 열흘이 지났습니다. 여명이 밝아오는 봉쇄 수도원에서 기도하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수녀님이 보내주신 시집 ‘바람 따라 눕고 바람 따라 일어서며’에서 ‘봉쇄 수도원’이라는 시를 읽었습니다.
“숨은 삶의 역동성/ 지옥과 천국이 공존하는/ 동굴과도 같은 곳// 차라리 내내 지옥 속이라/ 기쁨과 평화 그 심원한 고요함을 모른다면/ 소란 속 머리털마저/ 고요해 오는/ 너울거림// 역동적 뒤집힘/ 그 기적을/ 무엇과 바꾸리// 온세상이/ 응축된 그 공간 속/ 뒤집힘과 고요의 역동성// 그 모든 것/ 한 수도자 안에/ 있다하네.”
수녀님의 시는 그 모든 것이 수도자 안에 있다는 시심을 줍니다. 수녀님! 지금 광주는 하얗게 겨울 눈이 내리고 있어요. 수녀님을 만난 것은 당시 수녀님이 그곳 원장으로 계실 때였지요. 수도원 공동체 탐방하는 시간(2007년)에 마산에 있는 수정 트라피스트 봉쇄 수녀원을 탐방했지요. 원래 트라피스트 수녀회는 봉쇄 수도회로 세상과의 접촉을 하지 않지요. 오직 수도 생활에만 전념하는 수도자들의 공동체이지요. 외부와의 접촉은 병원 갈 때와 국민투표 할 때 정도 일뿐이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지금도 하루 일과는 봉쇄 구역 안에서 관상을 통해 하느님께 겸손한 봉사를 하는 가운데 지극히 소박하고 단순한 시간을 보내고 계시지요. 전례 기도로 하느님의 일, 하루 7번의 미사와 찬미 그리고 거룩한 독서. 마음의 귀로 하느님 말씀 듣는 책읽기와 손 노동을 통해 창조 사업에 기쁘게 참여하리라 믿습니다.
무엇보다 노동자 특히 가난한 사람들과 일치 안에 살게 되는 일 등이 생각납니다. 수녀원의 유일한 경제 토대는 유기농 잼을 만들어 판매하는 공동체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생산은 하지만 판매하는 여건들이 어렵다는 말씀도 하셨는데 잘 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수녀님의 요청 지금도 기억합니다. 그때 수녀님이 “목사님 산업 단지에 신음하는 수정마을 살려주세요”라고 했던 사연은, 수녀원에서 멀지 않는 수정만 매립지에 들어서고 있는 조선 기자재 공장 때문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마산시가 경제 회생을 위해 주택 용지로 매립한 이 땅의 용도를 공업용 용지로 바꿔 조선 기자재 공장을 유치하려는 것입니다. 그럴 경우 홍합, 굴 양식 등으로 생계를 유지해온 300여 세대, 1000여명의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게 된다고 했지요. 수녀님들이 직접 손으로 야산을 일궈 가꿔온 수녀원의 수도 생활에도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도 했습니다.
주민들이 수녀님을 찾아와 사정 이야기하며 도와달라고 요청해, 수녀님들이 세상 속으로 나서는 과정에서 조금이나마 연대하는 마음으로 함께 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당시 원장 수녀로서 외출 허가 받아 동분서주하며 27명의 수녀님들과 거리와 시청 마당에서 시위하고 버거운 시간들 가운데 결국에는 승리하신 모습을 보게 되었지요.
그때 사람들은 자본이라는 권력 앞에 계란으로 바위를 깰 수 있을까 했지만 수녀님들의 고요함과 맑은 영성은 바위를 깨는 힘이 확인된 것이지요. 경제 개발이라는 괴물과 맞서 싸운 것이지요. 그때 수녀님 고생 많이 하셨지요. 이후에도 세월호 참사로 고통의 시간을 보낼 때 수녀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아파하며 기도를 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 주셨습니다. 희생자 가족들과 함께 방문할 기회를 만든다고 했는데 아직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정농단으로 시민들이 광장에서 촛불 들고 있을 때도 기도의 촛불로 응원하신다는 이야기도 해주셨지요. 수녀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수녀님이 최근에 보내주신 ‘수녀님, 서툰 그림 읽기’ 수묵화 속의 공백과 대면하다는 글을 단숨에 읽었습니다. “인간이란 존재, 아니 존재하는 모든 것 안에 내재하는 이 불길이 나의 불길과 만나 또 다른 불꽃과 불향이 피어나기를 기도합니다.” 매월 보내주신 소식지를 통해 고요히 내면 깊은 곳으로부터 주님 사랑을 깊이 알아가고 있습니다. 봉쇄 수녀원이 마치 세상과 담을 쌓고 사는 것만이 아니라 오히려 더 치열한 세상과의 영적인 싸움을 하는 수녀원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수녀님을 비롯한 트라피스트 수녀원에 수도하시는 모든 수녀님들 새해도 건강과 주님의 은총이 함께 하시길 샬롬으로 인사합니다. 찬미 예수님! 빛고을에서 장헌권 목사 올림.
“숨은 삶의 역동성/ 지옥과 천국이 공존하는/ 동굴과도 같은 곳// 차라리 내내 지옥 속이라/ 기쁨과 평화 그 심원한 고요함을 모른다면/ 소란 속 머리털마저/ 고요해 오는/ 너울거림// 역동적 뒤집힘/ 그 기적을/ 무엇과 바꾸리// 온세상이/ 응축된 그 공간 속/ 뒤집힘과 고요의 역동성// 그 모든 것/ 한 수도자 안에/ 있다하네.”
무엇보다 노동자 특히 가난한 사람들과 일치 안에 살게 되는 일 등이 생각납니다. 수녀원의 유일한 경제 토대는 유기농 잼을 만들어 판매하는 공동체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생산은 하지만 판매하는 여건들이 어렵다는 말씀도 하셨는데 잘 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수녀님의 요청 지금도 기억합니다. 그때 수녀님이 “목사님 산업 단지에 신음하는 수정마을 살려주세요”라고 했던 사연은, 수녀원에서 멀지 않는 수정만 매립지에 들어서고 있는 조선 기자재 공장 때문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마산시가 경제 회생을 위해 주택 용지로 매립한 이 땅의 용도를 공업용 용지로 바꿔 조선 기자재 공장을 유치하려는 것입니다. 그럴 경우 홍합, 굴 양식 등으로 생계를 유지해온 300여 세대, 1000여명의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게 된다고 했지요. 수녀님들이 직접 손으로 야산을 일궈 가꿔온 수녀원의 수도 생활에도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도 했습니다.
주민들이 수녀님을 찾아와 사정 이야기하며 도와달라고 요청해, 수녀님들이 세상 속으로 나서는 과정에서 조금이나마 연대하는 마음으로 함께 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당시 원장 수녀로서 외출 허가 받아 동분서주하며 27명의 수녀님들과 거리와 시청 마당에서 시위하고 버거운 시간들 가운데 결국에는 승리하신 모습을 보게 되었지요.
그때 사람들은 자본이라는 권력 앞에 계란으로 바위를 깰 수 있을까 했지만 수녀님들의 고요함과 맑은 영성은 바위를 깨는 힘이 확인된 것이지요. 경제 개발이라는 괴물과 맞서 싸운 것이지요. 그때 수녀님 고생 많이 하셨지요. 이후에도 세월호 참사로 고통의 시간을 보낼 때 수녀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아파하며 기도를 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 주셨습니다. 희생자 가족들과 함께 방문할 기회를 만든다고 했는데 아직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정농단으로 시민들이 광장에서 촛불 들고 있을 때도 기도의 촛불로 응원하신다는 이야기도 해주셨지요. 수녀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수녀님이 최근에 보내주신 ‘수녀님, 서툰 그림 읽기’ 수묵화 속의 공백과 대면하다는 글을 단숨에 읽었습니다. “인간이란 존재, 아니 존재하는 모든 것 안에 내재하는 이 불길이 나의 불길과 만나 또 다른 불꽃과 불향이 피어나기를 기도합니다.” 매월 보내주신 소식지를 통해 고요히 내면 깊은 곳으로부터 주님 사랑을 깊이 알아가고 있습니다. 봉쇄 수녀원이 마치 세상과 담을 쌓고 사는 것만이 아니라 오히려 더 치열한 세상과의 영적인 싸움을 하는 수녀원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수녀님을 비롯한 트라피스트 수녀원에 수도하시는 모든 수녀님들 새해도 건강과 주님의 은총이 함께 하시길 샬롬으로 인사합니다. 찬미 예수님! 빛고을에서 장헌권 목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