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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현의 문화카페] 광주비엔날레 대표의 덕목
2017년 09월 27일(수) 00:00
인구 20만 명의 독일 카셀은 불과 60여 년전까지만 해도 관광객이 찾지 않는 삭막한 도시였다. 하지만 지난 1955년 국제현대미술축제 ‘카셀 도큐멘타’가 창설된 이후 확 바뀌었다. 5년에 한 번씩 열리는 미술이벤트를 보기 위해 100만 여 명이 다녀가는 글로벌 도시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폐막한 카셀 도큐멘타 조직위원회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카셀(6월10일∼9월17일)과 그리스 아테네(4월8일∼7월16일) 두 곳에서 행사를 치르면서 과도한 경비를 지출한 탓에 부도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적인 미술잡지 ‘아트넷 뉴스’는 올해 예술감독을 맡은 아담 심측(Adam Szymczyk)이 무리한 전시기획으로 700만 유로(한화 94억 원)의 적자를 냈다고 보도했다. 심측 감독은 300팀이 넘는 작가와 80곳이 넘는 전시장에 1000여 점이 넘는 작품을 선보이느라 400억 원의 예산을 썼다. 200여 점에 달하는 아테네 현대미술관 소장품을 카셀로 빌려오면서 막대한 운송비 등을 지출한 것이다. 여기에 테러공포가 확산되면서 관람객이 이전 대회에 비해 3%(80만여 명)나 줄었다.

이렇다 보니 수십 여 명의 큐레이터 임금이 체불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급기야 행사중단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제기되자 카셀도큐멘타 조직위는 카셀시와 주도(州都)인 헤세에 SOS를 보냈고 두 지자체가 350만 유로(42억 원)를 지급보증하기로 하면서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다.

카셀도큐멘타의 딱한 사정을 늘어놓은 이유는 재정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해서다. 아무리 퀄리티 좋은 전시회를 구현한다고 하더라도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최근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의 총괄큐레이터 겸임을 놓고 지역문화계가 술렁이고 있다. 비엔날레 재단이 최근 2018 광주비엔날레 기본구상안을 발표하면서 내년부터 다수 큐레이터를 도입하기로 하고 김선정 대표에게 이들을 지휘할 총괄큐레이터를 맡기기로 했기 때문이다. 대표이사가 총괄큐레이터를 맡는 건 비엔날레 역사상 처음이다.

김 대표의 총괄큐레이터 겸임은 기대 보단 걱정이 앞서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비엔날레 대표는 조직운영, 재정확충, 행정을 지휘해야 하는 막중한 자리다. 수년째 285억 원에 그치고 있는 재단기금과 관객 감소로 인한 저조한 티켓수익을 감안하면 ‘비즈니스’에 올인하기에도 벅차다. 게다가 올해 기획재정부의 일몰제(국비 10억 원 이상 7회 이상 개최한 국제행사지원을 축소하는 제도)가 예정대로 시행되면 당장 내년 예산확보도 불투명한 상태다.

이처럼 어려운 여건에 처한 작금의 비엔날레를 이끌어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대표이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광주시가 유명 전시기획자인 김씨를 영입한 것도 문화마인드와 국내외 탄탄한 네트워크를 활용한 ‘마케팅 효과’를 기대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상근이사장제가 폐지된 현 재단의 입장에선 경영수완과 리더십을 갖춘 CEO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큐레이팅과 펀드레이징(기금확충)이란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지, 자못 궁금하다. 〈제작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