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형규 원불교 사무국장] 얼굴은 내면의 초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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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규 원불교 사무국장] 얼굴은 내면의 초상화이다
2017년 09월 01일(금) 00:00
지구상 75억 명의 사람이 살아가고 있지만 그 얼굴 모습은 제각각 다르게 생겼습니다. 그것이 조화이며 우주의 질서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얼굴은 사람의 ‘얼(魂)’이 들어있는 ‘굴(窟)’이란 뜻으로, 영혼과 정신이 들락날락하는 굴이라는 뜻입니다. 영국 속담에도 ‘얼굴은 마음의 거울이다’라고 했듯이 인간의 얼굴이란 그 얼굴의 배후에 숨어있는 마음에 의해 형태(틀)가 잡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아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우아한 빛이 나게 마련이고, 야비한 마음을 가지고 생활하는 사람은 그러한 모습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 원리입니다. 때문에 각자의 얼굴은 그 사람 내면의 초상화라 할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 우리들의 얼굴 모습은 어떠한 빛을 띠고 있는지 한번쯤은 비추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또 그러한 얼굴들은 그 누구의 탓이 아니라 각자가 책임져야 할 부분임을 알아야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의 링컨 대통령은 ‘사십 이전의 얼굴은 부모의 책임이지만, 사십 이후의 얼굴은 자기가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말하면서 얼굴의 인상과 표정을 보고 사람을 판단하였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 만큼 40세 이후의 얼굴은 매우 중요한 정보인 것입니다.

단편소설 ‘큰 바위 얼굴’이 기억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주인공 어니스트는 큰 바위 얼굴을 보면서 자신도 큰 바위 얼굴과 같은 사람이 되고자 진실하고 겸손하게 살아갑니다. 어느 날 나이가 들어가던 중 한 시인이 ‘큰 바위 얼굴은 어니스트다’라는 외침을 듣게 됩니다. 이에 어니스트는 더 나은 큰 바위 얼굴이 나타나기를 염원하며 겸손하고 진실하게 살아가겠노라 다짐을 합니다.

내 얼굴을 조각해가려고 한다면 그 모델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 모델이 어니스트에게는 큰 바위 얼굴이었습니다. 이 소설은 참으로 위대한 위인이란 돈이나 명예나 권력 등의 세속적인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소박하고 평범할지라도 마음속에 닮고자 하는 스승을 삼고 그를 닮아가고자 노력할 때 자신 역시 진실로 위대해지고 평화의 얼굴을 가질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인간이란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만들어가는 조각가인 셈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얼굴은 누구일까? 방정환 선생은 ‘어린이 예찬’에서 ‘평화라는 평화 중에 가장 훌륭한 평화만을 골라 가진 것이 어린이의 자는 얼굴이다’라고 했습니다. 죄를 모르고 욕심에 물들지 않았기 때문에 가장 아름답고 천진하고 평화로운 모습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도 자라고 성장하면서 온갖 세파에 시달리다보면 부단히 그 모습이 변하게 됩니다. 때때로 웃었다, 울었다, 성냈다, 기뻐했다하며 우리들의 얼굴은 순간순간 변화합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예수를 밀고한 가롯 유다의 얼굴의 모델을 찾던 중 교도소에서 가장 사악한 모습을 한 사형수를 선택해 얼굴을 그립니다. 그러나 얼마 후 그가 6년 전에 그린 그림에 등장한 착하고 선한 예수의 모델이었음을 알고 더 이상 예수의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합니다.

이는 가정과 사회생활에서의 한 장면, 한 장면들을 어떻게 현명하고 슬기롭게 해결하느냐, 행동하느냐에 따라 얼굴이 변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조개의 살을 찢기는 아픔속에서 진주가 나오듯, 어렵고 고달픈 일들을 극복함으로써 진실하고 인자하고 겸손한 얼굴이 나오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우리는 근본 자리인 마음은 어떻게 갈고 닦고 깎느냐에 따라 변화합니다. 상대방과 함께하는 마음가짐으로 즐거움의 에너지를 선사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면 밝은 광명이 기다리듯이, 요즈음 지나는 사람들의 표정과 얼굴이 밝아졌음을 체감합니다. 그 밝음 웃음으로 아직도 어둡고 소외받는 곳에 행복의 기운이 솟아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그것은 나의 밝은 얼굴이 영원한 밝은 얼굴로 지속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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