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발그니 서산동성당 주임신부]‘임을 위한 행진곡’과 전례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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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발그니 서산동성당 주임신부]‘임을 위한 행진곡’과 전례음악
2017년 05월 19일(금) 00:00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례헌장 112항은 다음과 같다.

“온 교회의 음악 전통은, 다른 예술 표현들 가운데에서 매우 뛰어난, 그 가치를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는 보고이다. 그것은 특히 말씀이 결부된 거룩한 노래로서 성대한 전례의 필수 불가결한 부분을 이루고 있다.

실제로 성경은 물론 거룩한 교부들도 성가를 찬사로 드높였고, 현대에서도 비오 10세 성인을 비롯한 교황들도 주님을 섬기는 일에서 성음악의 봉사적 임무를 더욱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그러므로 성음악은 전례 행위와 더욱 밀접히 결합되면 될수록 더더욱 거룩해질 것이다. 성음악은 기도를 감미롭게 표현하거나 또는 한마음을 이루도록 북돋아 주거나 또는 거룩한 예식을 더욱 성대하고 풍요롭게 꾸며 준다. 그리고 교회는 마땅한 자질을 갖춘 진정한 예술의 모든 형태를 인정하며 이를 하느님 예배에 받아들이고 있다.”

또한 118항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예규의 규범과 규정에 따라, 거룩한 신심 행사들에서 그리고 바로 전례행위 안에서 신자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질 수 있도록 대중 성가를 적극 장려해야 한다.”

전례음악은 세 가지 효과가 있다. 첫째로 기도를 감미롭게 표현하며, 둘째로 일치를 초래하고, 마지막으로 그리스도가 전례 의식 안에 현존함을 더욱 더 깊게 느끼게 하여 의식을 거룩하게 한다. 대중성가는 라틴어로 cantus popularis religious, 우리말로 번역하면 백성들이 부르는 종교성가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자국어로 전례를 허용한 것은 모든 사람들이 자기 지역의 정서를 언어로 표현하고 이를 전례로 구현하기 위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전례 중에 신자들이 노래를 부르는 것은 자신들의 마음을 노래의 형태로 표현하여 전례를 더욱 풍요롭게 한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1년 작곡된 노래이다. 그리고 광주민주화항쟁이 1997년 정부 주관 공식 행사가 되기 전부터 불린 노래이며 국가의례가 되어서는 모든 시민들이 의례에 참여하여 함께 부른 노래이다. 마치 축구 국가전에서 붉은악마가 커다란 태극기를 펼치며 웅장하게 부르는 애국가처럼 광주민주화항쟁의 전율이 느껴지는 노래이다. 이 노래는 의례를 풍요롭게 하는 전례음악과 같은 역할을 해온 것이다. 그런데 국가는 지난 몇 년 간 의식에서 이 노래를 부르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광주 시민들이 부르고자 하는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하기 위해, 국가는 이 노래를 대신할 새로운 노래를 만들려고 했고, 2010년 임을 위한 행진곡은 국가보훈처 정식행사에서 제외되었다. 2013년에는 국가보훈처가 5·18 정식 노래 국민공모를 하려고 예산을 확보했었고 여론에 밀려 새로운 노래를 만들지도, 그렇다고 방아타령을 틀지도 못하면서 모두가 함께 부르는 제창은 못하게 막았다. 2014년에도 5·18기념식에 임을 위한 행진곡은 공식 지정곡이 되지 않았다. 그 해에는 5·18이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음에도 국가는 이 노래의 제창을 허락하지 않았다. 급기야 2015년에는 북한의 영화에 삽입된 노래이니 불러서는 안 된다는 변명을 덧붙였다.

하지만, 작년에도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에 대한 국민 찬성은 55.2% 반대는 26.2%였다.

노래가 어려워서도 시민들이 몰라서도 아니고 그냥 그 노래가 싫었던 것 같다. 5·18은 지금의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한 사건이다. 총성이 무서워 숨어 지낸 이들, 총부리 앞에 무서워 도망간 이들도 상처받은 이들도 함께 소리 높여 사랑도 명에도 이름도 남기지 않고 숭고하게 떠난 우리 이웃들을 따르자며 소리 높여 부른 노래이다.

5·18은 광주의 전례이며 민주주의 전례이다. 전례에는 그날을 기념하며 노래를 부른다. 3·1절에도, 개천절에도 한글날에도 우리들은 그날의 노래를 모두가 부른다. 그런데 이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하는 것은 광주민주화항쟁의 의미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유독 5·18을 부정하려는 이들은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다. 전례는 과거의 사건을 계속해서 기억하려는 노력인데, 전례를 완성하지 않고자 하는 이들은 그 사건의 의미를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새로운 정부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하게 한 것은 그래서 잘한 일이다. 함께 부르며 새로운 나라로의 도약을 빌며 기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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