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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현의 문화카페] 간송미술관 in 대구
2017년 02월 01일(수) 00:00
지난 2008년 10월12일 ‘보화각(간송미술관 전신) 설립 70주년기념 서화대전’(서화대전)이 개막한 간송미술관 주변은 관람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전시 폐막일에는 입장순서를 기다리는 행렬이 2km에 달해 미술관 문턱을 밟는 데만 7시간이나 걸렸다.

관람객들이 ‘서화대전’을 찾은 가장 큰 이유는 조선시대 화가 신윤복의 ‘미인도’와 김홍도 그림을 보기 위해서였다. 약 2주간 열린 전시회에 국보 59점, 보물 79점 등 평소 접하기 힘든 진귀한 작품들이 선보인 것이다.

사실 간송미술관은 문턱이 높은 곳으로 유명하다. 고미술 보전을 명분으로 상설전시를 열지 않고 매년 5월과 10월 두 차례만 소장품을 일반인에게 개방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간송미술관은 미술애호가들 사이에 ‘한번쯤 꼭 가보야 할 곳’으로 꼽힌다.

그도 그럴 것이 간송미술관은 국보 12점, 보물 8점 등 유물 5000여 점을 보유한 고미술의 보고(寶庫)이다. 교육가이자 문화재 수집가로 평생 민족 문화재를 모은 간송 전형필(1906∼1962)의 컬렉션을 바탕으로 1938년에 건립됐다. 소장품 가운데에는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제70호), 고려청자, 신윤복, 김홍도, 장승업 등 조선시대 화가의 미술품도 포함돼 있다. 간송의 컬렉션에 주목한 지자체들은 미술관 분관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요즘 대구 문화계가 축제분위기로 한껏 들떠 있다. 지난해 12월 부산, 인천, 제주, 세종 등 쟁쟁한 도시들을 따돌리고 간송문화재단과 미술관 분관을 건립하기 위한 협약식을 체결한 것이다. 미술관 건립과 운영에 필요한 경비는 대구시가 지원하고 컬렉션과 콘텐츠는 간송미술관이 맡는다는 조건이다. 대구시는 현 대구시립미술관 인근에 수장고, 전시·교육공간, 편의시설을 두루 갖춘 간송미술관 분관을 오는 2021년 완공해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관광코스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대구가 간송미술관을 유치할 수 있었던 데에는 3년 전부터 간송측과의 긴밀한 접촉, 지역출신 국회의원 등의 물밑작업이 큰 힘이 됐다. 여기에 시민들을 대상으로 간송미술관 유치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설득해온 대구시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광주시가 제19대 대통령선거 공약(안)으로 5개 분야 28개 사업을 잠정 선정하고 여론수렴 작업에 착수했다. 광주시가 발표한 문화관련 대선공약 가운데에는 수년째 말만 무성한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유치(500억 원)도 들어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구색 맞추기용으로 끼워넣은 거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현 광주시의 역량으로는 유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21세기 미술관은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거나 보관하는 물리적 공간이 아니다. 시민들의 문화향유는 물론 차별화된 콘텐츠를 통해 국내외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도시의 브랜드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유치가 공약(空約)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선 그 어느 때 보다 광주시의 정치력과 비전이 필요하다. 우물쭈물하다간 머지 않아 ‘미술의 도시’라는 타이틀이 공허하게 들릴지 모른다.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