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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현의 문화카페] ‘셰익스피어 in ACC’
2016년 10월 05일(수) 00:00
올해로 17회를 맞은 전주국제영화제(4월28일∼5월7일)는 작지만 강한 영화제다. 매년 주류영화와 다른 독창적인 영화들을 상영해 수많은 영화제 속에서 자기만의 색깔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올해는 그 어느 해 보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다름 아닌 셰익스피어(1564∼1616) 때문이었다. 셰익스피어 400주기(4월23일)를 맞아 영국문화원과 공동으로 그의 삶과 예술을 되돌아본 특별전 ‘셰익스피어 인 시네마’를 기획한 것이다.

이 특별전에서는 셰익스피어를 가장 잘 해석하는 배우로 불리는 로렌스 올리비에 연출의 ‘헨리 5세’를 비롯해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개성이 돋보이는 ‘맥베드’, 제2의 로렌스 올리비에로 평가받는 케네스 브래나의 연출·주연작 ‘햄릿’ 등 8편이 소개됐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은 세계적인 대문호의 예술성과 인간적인 면모를 되돌아보는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 ‘로미오와 줄리엣’이 셰익스피어 영화의 전부(?)인 줄 알았던 내게 그로테스크한 연출의 ‘맥베드’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로부터 두 달 후인 지난 7월 초. 셰익스피어의 출생지이자 만년을 보낸 영국의 스트랫포드 어폰 에이번을 방문할 기회를 가졌다. 런던의 킹스크로스역에서 기차로 2시간 거리에 위치한 스트랫포드 어폰 에이번은 인구 2만 7000명의 작은 마을이었다. 중심가로 들어서자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의 무대를 옮겨놓은 듯한 중세시대의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취재차 만난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RSC) 관계자는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기였던 지난 4월23일 전후로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려 평소(490만 명)보다 20∼30% 늘었다”고 귀띔했다. 그래서일까.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식당과 카페는 관광객들로 활기가 넘쳤고 ‘No Vacancy’(빈방 없음)라는 표지판을 내건 소박한 민박집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마을 한복판에 자리한 RSC도 이들 관광객을 극장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하루에 2편의 작품을 공연하기도 했다.

이처럼 올해 국내외 문화예술계의 ‘핫이슈’는 셰익스피어의 서거 400주년이었다. 국내에서도 출판계를 중심으로 셰익스피어 관련 서적 출간과 학술행사, 공연이 이어지는 등 추모 열기가 뜨거웠다.

최근 광주에서는 국립 아시아 문화전당(ACC)이 그 바통을 건네 받았다. 5일부터 유명강사들을 초청해 셰익스피어의 명작들을 릴레이 재조명하는 시민아카데미 ‘셰익스피어 in ACC’를 진행한다 오는 11월 2일까지 매주 한차례 ‘셰익스피어의 문학’(문강형준), ‘셰익스피어의 철학’(최진석), ‘셰익스피어의 영화’(한창호), ‘셰익스피어의 연극’(배요섭) 등 불멸의 작품들을 4인4색으로 해석한다고 하니 짬을 내 들어보면 어떨까 싶다. 그게 여의치 않다면 오래전 읽었던 책장 속의 고전(古典)들을 다시 꺼내 들어도 좋겠다. 사색의 계절, 거장의 삶과 예술을 반추하다 보면 찌든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자신과 만나게 될 테니.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