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현의 문화카페] 반갑다! ACC 시민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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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현의 문화카페] 반갑다! ACC 시민오케스트라
2016년 09월 07일(수) 00:00
지난 3일 오후 4시 국립아시아 문화전당(ACC) 예술극장1. 무대 위 조명이 켜지자 노란색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어린이들이 사뿐 사뿐 걸어 나왔다. 바이올린, 플루트, 오보에 등을 하나씩 들고 등장한 아이들은 광주와 목포지역 어린이 80여 명이 주축이 된 ‘꿈의 오케스트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베네수엘라의 빈민층 아이들을 음악가로 키워낸 ‘엘 시스테마’를 본뜬 것으로 소외계층과 일반 어린이들로 구성됐다, 공연은 로시니의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서곡’,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2번 등의 순으로 이어졌다.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그동안 갈고 닦은 어린이들의 연주에 흐믓한 표정을 지으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날 하이라이트는 2부 순서인 서울시민필하모닉 무대였다. ‘문이 열리고 음악이 시작된다’라는 주제로 펼쳐진 공연은 채은석씨의 지휘로 오페라 ‘카르멘’ 중 하바네라 등 아리아 모음곡, 영화 ‘스타워즈’의 테마 모음곡을 선사해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서울시민필하모닉은 여느 오케스트라와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국내 유명 오케스트라들이 음악을 전공한 전문 연주자들로 구성됐다면 시민필하모닉은 음악이 좋아서 악기를 배우거나 즐기는 아마추어들이다. 단원중에서는 전문 음악인들도 있지만 대부분이 직장인이거나 주부 등이다. 몇 년 전 안방에 신드롬을 일으켰던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주인공들을 떠올리게 한다.

이번 서울시민필하모닉 광주 공연은 악기를 가까이 하는 생활 음악인들을 위한 ‘ACC 시민오케스트라-장록 속 악기를 꺼내드립니다’의 파일럿 프로젝트. 바쁜 일상으로 음악에 대한 꿈을 접었거나 공연할 기회가 없었던 생활음악인들을 오케스트라로 ‘묶어’ 일상의 행복을 되찾게 해주는 네트워크 장(場)이다. 특히 예선을 거친 6개팀이 참가하는 ACC 시민오케스트라 경연대회(10월15일)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이날 공연에 앞서 열린 오프닝 세미나 ‘생활 속 음악, 음악과 커뮤니티’는 시민오케스트라의 활성화 방안을 모색한 뜻깊은 자리였다. ACC 시민오케스트라 프로젝트를 맡은 김정선 총감독은 현재 이 지역에는 전남대 의대 관혁악단 등 약 50여개의 시민오케스트라가 있지만 전용연습실과 운영비 부족 등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박승현 세종문회화관 문화예술본부장은 “시민오케스트라는 관객과 전문 오케스트라의 관계를 이어주는 문화도시의 저변이라 할 수 있다”며 지역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이처럼 시민오케스트라는 삭막한 도시를 아름다운 음악으로 물들이는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다. 그래서 일까. 이날 이석원(서울대 음대)교수의 마무리 발언이 진한 여운을 남겼다.

“베를린 필하모니가 오랜 세월 글로벌 오케스트라로 명성을 떨치는 힘은 시민오케스트라에 있습니다. 250여 년 전 창설된 세계 최고(最古)의 민간 오케스트라 라이프치히 게반하우스가 그런 경우입니다. 독일에는 방직공장이나 은행간 오케스트라 경연대회가 연중 열릴 정도로 일상화 됐어요.”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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