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명섭 대한문학작가회 광주·전남 회장] 더위 속의 청량제! 아이들의 책 읽는 소리
말복이 지났는데도 푹푹 찌는 가마솥더위가 연일 지속되면서 그야말로 여름의 절정이다. 거기다가 왜 그렇게 매미는 울어대는지 온 동네가 떠나갈 듯하다. 안도현 시인은 ‘사랑’이란 시에서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이라고 표현했다. 일반적으로 여름이 덥고 뜨거우니 매미가 열심히 울어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여름철 내내 무더위를 잊고 시원한 나무그늘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베짱이의 소리는 낭만의 소리라고 한다. 그러나 사실 매미가 절절이 울고 베짱이가 노래하는 이유는 곤충학자들이 발견했듯이 미물인 곤충에게도 구애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청각기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기 흥에 겨워 부르는 노래가 아니고 짝을 찾아 부르는 사랑의 하소연이라는 것, 즉 종족보존을 위한 처절한 울부짖음인 것이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듣는 것은 비슷하다. 좋은 소리는 듣고 싶고, 좋지 않은 소리는 듣지 않기를 바란다. 여러 종류의 소리가 있지만 요즘같이 무더운 날씨에 가장 듣고 싶은 소리는 어떤 소리일까? 아마 땀에 젖은 얼굴을 적셔주는 시원한 바람소리, 쨍쨍 내리쬐는 햇빛을 막아주는 흘러가는 구름소리, 한낮 더위를 식혀주는 소나기 내리치는 소리 등 자연의 소리가 가장 듣고 싶은 소리일 것이다.
이러한 자연의 소리에 한 가지 더 추가한다면 바로 아동들의 책 읽는 소리(兒童讀書聲·아동독서성)야 말로 더위를 식혀주는 청량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은 수학문제 풀이도 눈으로 하는 시대이다 보니 책 읽는 소리를 듣기가 여간 힘들지만 우리 선조들은 식량이 없어 밥을 굶어 뱃속에서 쪼르르 소리가 난다 해도 책 읽는 소리를 내는 것을 큰 자랑으로 여겼다.
조선시대 성리학자인 정인지와 조광조는 소년 시절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주야로 독서에 열중했고 책 읽는 소리가 주위에 울려 퍼져 이웃에 사는 처녀들의 마음을 들쑤셨다고 한다. 그 결과 책 읽는 소리에 심취한 처녀들이 월담을 감행, 이들의 서재로 침입하여 사랑을 고백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현직에 있을 때의 일이다. 인사이동으로 인해 부임 후 창고를 살펴보는데 커다란 액자가 하나 있었다. 무슨 액자인데 이렇게 방치하고 있느냐고 담당자에게 물었더니 그러잖아도 본부 재물조사에서 왜 자산인 액자를 방치하느냐는 지적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부착할 곳이 없으면 내방에 부착하라고 했다.
그런데 막상 부착해놓고 나서 글(駿馬食草聲 美人彈琴聲 聲雖好 不如兒童讀書聲)을 살펴보았으나 소리에 대한 글이라는 것은 알겠으나 명확한 뜻은 알 수 없었다. 혹시 방문하신 손님들이 이게 무슨 말이냐?고 묻기라도 하면 설명은 해드려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라는 생각에 볼륨이 두꺼운 논어를 대출해 통독하기에 이르렀고 드디어 그 뜻을 알아냈다.
바로 하늘 아래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 세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준마식초성(駿馬食草聲), 미인탄금성(美人彈琴聲), 아동독서성(兒童讀書聲)이다. 무슨 뜻인지 대강 짐작은 갈 것이다.
풀이하자면 준마식초성은 잘 단련된 말이 푸른 초원에서 풀을 뜯는 소리다. 끝이 보이지 않는 드넓은 초원에서 목동의 일사불란한 지휘아래 말들이 군집을 이루어 이동하면서 쓱싹쓱싹 풀을 뜯는 소리다. 미인탄금성은 아름다운 여인이 한복을 차려입고 다소곳이 앉아서 가야금을 켜는 소리다. 혹자는 미인해대성(美人解帶聲)이라고 해서 아름다운 여인이 옷고름을 푸는 소리라고도 말한다. 다음으로 아동독서성은 어린 아동이 호롱불을 켜놓고 중얼중얼 글을 읽는 소리다. 종합하자면 이 세 가지 소리 중에 아동의 책 읽는 소리가 가장 아름답다는 글이다.
우리 선조들은 책을 눈으로 읽지 않고 소리 내어 읽었다. 읽을 책도 몇 권 되지 않았고, 읽는 목적도 생활의 지혜를 얻는데 두었으며 지식의 획득을 목표로 하지 않았다. 그리고 책을 통해서 알게 된 지혜는 개인만의 이익을 추구하는데 쓰지 않고 공동체의 번영을 위해서 썼다.
반면에 현대사회는 인쇄물의 급증과 함께 정보의 홍수시대다. 여기저기 널려 있는 것이 책이다. 그러나 국민독서량은 날이 갈수록 현저히 줄어드는 실정이니 아동들의 책 읽는 소리는 분명 독서율도 높이고 가마솥더위를 식혀주는 청량제가 될 것이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듣는 것은 비슷하다. 좋은 소리는 듣고 싶고, 좋지 않은 소리는 듣지 않기를 바란다. 여러 종류의 소리가 있지만 요즘같이 무더운 날씨에 가장 듣고 싶은 소리는 어떤 소리일까? 아마 땀에 젖은 얼굴을 적셔주는 시원한 바람소리, 쨍쨍 내리쬐는 햇빛을 막아주는 흘러가는 구름소리, 한낮 더위를 식혀주는 소나기 내리치는 소리 등 자연의 소리가 가장 듣고 싶은 소리일 것이다.
조선시대 성리학자인 정인지와 조광조는 소년 시절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주야로 독서에 열중했고 책 읽는 소리가 주위에 울려 퍼져 이웃에 사는 처녀들의 마음을 들쑤셨다고 한다. 그 결과 책 읽는 소리에 심취한 처녀들이 월담을 감행, 이들의 서재로 침입하여 사랑을 고백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현직에 있을 때의 일이다. 인사이동으로 인해 부임 후 창고를 살펴보는데 커다란 액자가 하나 있었다. 무슨 액자인데 이렇게 방치하고 있느냐고 담당자에게 물었더니 그러잖아도 본부 재물조사에서 왜 자산인 액자를 방치하느냐는 지적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부착할 곳이 없으면 내방에 부착하라고 했다.
그런데 막상 부착해놓고 나서 글(駿馬食草聲 美人彈琴聲 聲雖好 不如兒童讀書聲)을 살펴보았으나 소리에 대한 글이라는 것은 알겠으나 명확한 뜻은 알 수 없었다. 혹시 방문하신 손님들이 이게 무슨 말이냐?고 묻기라도 하면 설명은 해드려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라는 생각에 볼륨이 두꺼운 논어를 대출해 통독하기에 이르렀고 드디어 그 뜻을 알아냈다.
바로 하늘 아래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 세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준마식초성(駿馬食草聲), 미인탄금성(美人彈琴聲), 아동독서성(兒童讀書聲)이다. 무슨 뜻인지 대강 짐작은 갈 것이다.
풀이하자면 준마식초성은 잘 단련된 말이 푸른 초원에서 풀을 뜯는 소리다. 끝이 보이지 않는 드넓은 초원에서 목동의 일사불란한 지휘아래 말들이 군집을 이루어 이동하면서 쓱싹쓱싹 풀을 뜯는 소리다. 미인탄금성은 아름다운 여인이 한복을 차려입고 다소곳이 앉아서 가야금을 켜는 소리다. 혹자는 미인해대성(美人解帶聲)이라고 해서 아름다운 여인이 옷고름을 푸는 소리라고도 말한다. 다음으로 아동독서성은 어린 아동이 호롱불을 켜놓고 중얼중얼 글을 읽는 소리다. 종합하자면 이 세 가지 소리 중에 아동의 책 읽는 소리가 가장 아름답다는 글이다.
우리 선조들은 책을 눈으로 읽지 않고 소리 내어 읽었다. 읽을 책도 몇 권 되지 않았고, 읽는 목적도 생활의 지혜를 얻는데 두었으며 지식의 획득을 목표로 하지 않았다. 그리고 책을 통해서 알게 된 지혜는 개인만의 이익을 추구하는데 쓰지 않고 공동체의 번영을 위해서 썼다.
반면에 현대사회는 인쇄물의 급증과 함께 정보의 홍수시대다. 여기저기 널려 있는 것이 책이다. 그러나 국민독서량은 날이 갈수록 현저히 줄어드는 실정이니 아동들의 책 읽는 소리는 분명 독서율도 높이고 가마솥더위를 식혀주는 청량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