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친환경 자연장으로 매장문화 바꿔야
채 희 종
사회2부장
2016년 06월 15일(수) 00:00
10여 년 전부터 명절만 되면 골치가 아팠다. 조부와 조모의 묘가 상당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성묘가 불편해서가 아니다. 부모를 한자리에 모시지 못해 마음이 편치 않았던 부친의 심사를 뻔히 알면서도 대책을 세우지 못한 탓이다.

고민을 거듭하다가 집안 어른들과 이장(移葬)을 논의한 적이 있었다. 새로운 묏자리를 찾기 어려워서, 선산 한쪽의 소나무 대여섯 그루를 베어 내고, 그 자리에 조부모를 함께 모시자고 설득하기도 했다. 벌목은 불법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니 나도 해 보자는 심산이었다. 말만 오갔을 뿐 실행하지 못했고, 지난 2월 설날 연휴도 불편한 나날의 계속이었다.

이러한 고민은 우리 사회 40∼50대 가장이라면 대개 한 번쯤 해 보지 않았을까 싶다. 조부모 이상 윗대 조상 묘를 어떻게 관리할지, 특히 부모님 사후 어떻게 장례를 치를 것인지는 참 어려운 숙제다.

웰빙시대가 되면서 주말이나 휴일이면 자연을 찾는 나들이객이 늘고 있다. 강진이나 해남 땅끝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데, 여행을 하면서 차창 밖으로 주변 산을 보면 경치가 좋거나 전망이 트인 곳에는 어김없이 묘들이 들어서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자신을 위하고 집안을 과시하기 위함이겠지만, 자연 훼손은 물론 도로 주변 경관마저 해치게 된다. 동네 뒷산이나 등산로 등에도 어김없이 이곳저곳에 묘들이 널려 있다. 버려진 지 오래 돼 허물어지거나 잔디가 죽어 흉한 모습의 묘도 상당수다.

최근 화장 선택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매년 여의도 면적을 넘는 9㎢의 묘지가 생겨난다고 한다. 임자 없는 무연고 묘도 1000만 기가 넘는 실정이다.

그나마 장례문화에 대한 인식 변화로 우리나라 화장률은 1991년 17.8%이던 것이 2000년 33.7%로 꾸준히 증가했다. 2005년 52.6%가 되면서 처음으로 매장률을 앞질렀으며, 2015년 12월에는 무려 82%를 기록했다.

하지만 아직도 사망자 10명 중 2명이 매장을 함으로써 묘지 면적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특히 광주와 전남의 화장률은 각각 81.4%, 70.5%로 전국 평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 광주에서는 1329기, 전남은 4667기의 묘가 새로 생기는 등 매년 광주·전남에서 6000기의 묘가 생겨나고 있다.

이제 우리 국토는 더 이상 묘지를 수용할 수 없는 지경이다. 자연 훼손은 물론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서라도 화장은 불가피하다. 특히 출산율 저하로 자녀들이 줄어들면서 선조의 묘를 관리할 사람이 없는 것도 현실적인 이유다.

화장률을 높이는 것만큼이나 오래된 조상 묘를 개장한 뒤 유골을 화장해 묘지 면적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욱이 버려진 묘는 법 제정을 통해 유골을 화장이나 자연장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훼손된 자연을 복구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고민이던 조부모 이장 문제는 올 봄 우연한 기회에 해결됐다. 광주도시공사가 최근 공급하고 있는 ‘8위용 가족 평장 분묘’를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8위용 가족묘’는 도시공사가 묘지 중심의 장례문화를 화장 중심으로 바꾸기 위한 시도이다. 광주는 물론 나주·담양·장성·화순·함평 등 인접 시·군의 묘를 광주시립묘지로 이장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가족묘는 화장한 유골을 토양에서 분해되는 단지에 넣어 평장을 하므로 환경오염을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또 가족묘는 부지를 새롭게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묘가 이장한 뒤, 비어 있는 자리를 사용한다. 특히 8기를 안치하는 면적이 기존 묘 1기의 면적 밖에 되지 않는다.

도시공사가 3000여 기의 8위용 가족묘를 조성했지만 아직 분양률이 저조하다. 그럼에도 도시공사는 올해 1800기를 추가로 조성한다. 이 가족묘가 모두 분양되면 3만기의 묘를 줄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도시공사의 ‘8위용 가족묘’가 널리 알려져 많은 사람들이 이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cha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