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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앙티폴리스에서 길을 찾다
최 재 호
경제부장
2016년 06월 08일(수) 00:00
나주 빛가람혁신도시에 조성되는 에너지밸리가 주목받고 있는 것은 광주·전남 지역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에너지밸리가 성공하면 나주는 세계적인 에너지 분야 특화도시가 되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게 되며 기존의 이 지역 산업단지에도 큰 변화를 이룰 수 있게 될 것이다.

에너지밸리가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지역의 산단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 또 이를 통해 지역 산단이 발전할 수 있는 전기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그것은 이미 빛가람혁신도시 조성 과정에서 드러났다.

애초 기대와 달리 많은 이전 기관 직원들이 나주 거주를 포기하고 있으며 광주에서 거주하거나 가족과 아예 떨어져 사는 것을 택하는 경우도 많다. 사람이 살 만해야 기업도 몰려올 텐데 가장 기본적인 정주여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런 점에서 프랑스 니스의 소피아(Sophia) 앙티폴리스(Antipolis)는 과학기술산업도시의 조성과 육성을 통해 국토 발전과 지역경제 발전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한 사례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필자가 다녀온 소피아 앙티폴리스는 프랑스 수도에서 남쪽으로 800㎞ 떨어진 중소도시다. 지중해와 알프스 남부산맥 사이의 남부 해안지역에 위치한 휴양도시 니스(Nics)와 칸느(Cannes)의 배후 지역에 위치해 있다.

니스, 칸느, 그라스, 앙티브 등 4개 도시의 중심에 자리한 이 도시는 혁신클러스터라기 보다는 아름다운 휴양림 같다. 총 도시 면적은 24㎢로 지중해 연안의 아름다운 녹지공간을 살리고 높은 일조시간을 이용해 태양열을 활용하는 등 친환경으로 설계됐다.

특히 개발제한구역은 그대로 보존해 건물이나 도로로 사용되는 부지는 총면적의 10%를 유지하고 건축 시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고려해 주변 지형보다 높은 건물을 짓지 못하도록 규제했다. 그래서인지 이 도시의 건물들은 12m, 4층 이내로 제한돼 있으며 숲속에 아늑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 도시는 1960년도 이전에는 농업 관광산업으로만 유지되던 곳으로 대학이나 연구소·기업 등 산업적인 전통이나 지적 자산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지역이었다. 하지만 1969년 프랑스 최초의 산업집적지로 설립된 후 산업단지가 조성됐으며 파리에 국한된 국토의 불균형 해소를 위한 지역혁신 거점 육성의 필요성에 따라 조성됐다.

올해로 설립 47주년을 맞이한 이 도시는 인구 35만 명, 단지 규모 690만 평에 63개국에서 온 1500여 개 기업체가 입주하고 있고 종사자 수는 3만6000명에 이른다. 프랑스 남부 지역의 기술집약적 산업거점 도시로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이 도시는 20년 경과한 시점에서 프랑스 모델, 30년이 지나서는 세계적 모델이 됐다. 특히 계획적으로 단지나 도시를 개발해 세계적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스웨덴의 시스타, 미국의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와 더불어 성공적 사례로 많은 국가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성공은 30년 이상을 내다본 미래지향적인 혜안과 관광여건뿐만 아니라 고급인력이 선호하는 양호한 입지조건을 선택했기에 가능했다. 또한 지방분권과 분산 정책, 인프라 개발과 연구 지원 등 중앙과 지방 정부의 적극적인 계획과 제도적 지원이 있었다. 이러한 점은 나주 빛가람혁신도시와 에너지밸리가 본보기로 삼아야 할 성공 요인이라 하겠다. 다국적 기업과 연구기관 등의 유치와 더불어 이들로부터 창업 기업이 파생되고 성장하고 있는 점은 바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다.

특히 30년 이상을 내다보고 고급 인력이 선호하는 양호한 입지조건을 선정하고, 중앙과 지방정부의 지원 아래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점들은 아직 정주여건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주여건 조성은 기업들이 들어오는 데 선결조건이다.

소피아 앙티폴리스는 그런 점을 주목했다. 초기 인구 4만 명 도시로 계획해 리조트풍의 주택, 테니스코트, 풀, 골프코스, 쇼핑센터, 극장, 미술관, 호텔 등을 건설해 고급 인력이 선호하는 삶의 질을 높이는 환경 조성에 힘썼다. 이와 반대로 나주 빛가람혁신도시의 정주여건 개선은 아직 요원하기만 하다. 오죽하면 1주년을 맞은 시점에서 조환익 한전 사장이 혁신도시 난개발 문제와 클러스터 분양 지연, 기업 직원의 임대주택 문제와 교통 등 각종 문제를 지적했을 것인가.

소피아 앙티폴리스는 지방자치단체인 레지옹·데빠르뜨망(도)·코뮨시(시·읍·면), 지역개발청, 연구진흥청, 중앙정부 등의 치밀한 지원 정책을 통해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연구단지를 이뤄 냈다. 지역상공회의소와 민관협력기구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 같은 지원 체제와 공조 체제가 없이는 빛가람혁신도시와 에너지밸리의 성공은 기대할 수 없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다. 이제라도 초심으로 돌아가 당초 전남도와 광주시 및 나주시가 약속했던 부분들을 제대로 이행하고 잘못된 점이 있으면 수정·보완해 나가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의 강력한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 이러한 공조와 뚜렷한 목표가 없이는 나주 빛가람혁신도시와 에너지밸리가 지역을 대표하고, 나아가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산업클러스터로서 소피아 앙티폴리스와 같은 세계적 과학기술산업도시로 발돋움하기를 기대할 수 없다.

/ lion@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