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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되려면 밥 먹는 문제부터 풀어라
박 치 경 수석논설위원
2016년 05월 11일(수) 00:00
4·13 총선으로 20대 국회는 20년 만에 ‘3당 체제’가 됐다. 더욱이 여소야대(與小野大)여서 개원 초부터 몰아칠 소용돌이에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모든 화두는 자연스럽게 차기 대선에 맞춰질 것이다. 국회가 열리면 각 정당의 지향점이 내년 12월 20일 치러질 제19대 대선에 모일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 대선은 우리 대통령 리더십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지도 주목된다. 1948년 대한민국 헌정 시작 이후 70년이 흐르는 동안 역대 대통령의 정치 지도력을 살펴보면 크게 둘로 나눠 볼 수 있겠다.

1948년 건국과 함께 이승만-윤보선-박정희-최규하-전두환-노태우가 재직한 1993년(2월 24일)까지 제1기 45년은 ‘권위적 계몽 리더십’ 기간으로 간주된다. 일제 강점기를 지나 독립 국가 수립 직후 이승만부터 군부정권까지는 한마디로 ‘전제 군주형’이라 하겠다. 대체로 이 시기는 정권의 도덕적 기반이 취약한 가운데 대통령이 무한 권력을 행사하는 가부장적 통치가 이어졌다. 모든 권력을 손아귀에 틀어쥔 대통령은 무서운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으며, 국민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의무를 짊어졌다.

다음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2018년 2월 24일 임기 종료)의 25년은 2기로 묶을 수 있다. 이 사이 두 김 씨는 민주화를 완성했고, 노무현 이후 진보와 보수가 갈리면서 한국 민주주의가 성숙한 단계다.

1∼2기 70년 동안 우리 국민은 권위주의-민주주의, 군부정권-문민정부를 거치며 다양한 리더십을 경험하게 된다. 민주주의 정착을 위해 숱한 희생을 치르고 정권 교체에 따른 혼란이라는 수업료를 지불하면서 소중한 정치 학습 기회를 얻은 것이다.

2018년 2월 25일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제19대에서는 ‘국민의 요구’에 의해 대통령 리더십이 형성될 개연성이 크다. 즉, 이전까지는 특정 정파의 주도로 지역-진영-세대의 변수에 따라 정권이 결정됐지만 앞으로는 정치 소비자인 전체 국민의 수요와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면 선택 받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차기 대통령 당선 요건이 무엇이 될지 미리 짐작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는 않아 보인다. 국민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가 무엇인가를 간파하고 해법을 내놓는 이른바 ‘맞춤형 정치’를 하는 이에게 승산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짐은 이미 20대 총선에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더민주)-국민의당 등 두 야당이 각각 ‘경제 민주화’와 ‘공정 성장론’을 들고 나온 것이 그것이다. 지난 선거에서 부(富)의 쏠림과 성장 동력 고갈로 민생고에 시달리는 유권자의 표심을 흔들기 위해서는 이것 이상 더 좋은 캐치프레이즈는 없었을 것이다.

더민주가 수도권 압승을 바탕으로 제1당이 된 것은 현 정부의 실정과 새누리당 공천을 둘러싼 ‘블랙 코미디’도 크게 작용했었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나락에 떨어진 서민층의 표심을 꿰뚫고 내건 경제 민주화의 울림 또한 만만치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국민의당 역시 낡은 이념 논쟁에서 벗어나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실용주의적 접근법이 3당으로 약진하는 토대가 됐다. 호남에서의 ‘반(反) 문재인’ 정서를 녹색 돌풍의 진앙으로 친다 해도, 실사구시(實事求是)로 동반 성장을 꾀하겠다는 전략이 먹혀들었다는 분석은 설득력이 충분하다.

빈부갈등 완화의 현실적인 해법은 증세로 확충된 국가의 총 재화를 사회적 합의에 따른 복지확대 등을 통해 공평하게 분배하는 것이다. 이는 바로 4·13 총선에서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제시한 공통적인 핵심 공약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다음 대통령의 관문을 여는 첫 번째 열쇠가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 해결에 있다는 것을 총선 결과가 미리 알려준 것이다.

다음은 우리만의 특수한 고민거리인 남북 갈등을 원만하게 이끌어 갈 수 있는 능력이다. 남북문제도 이젠 경제로 풀어야 한다. 남쪽의 자본과 기술로 북쪽의 도로와 항만 등 기반시설 개발에 나선다면 우선 우리 청년들의 일자리가 크게 늘어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건설사들이 구태여 중동에서 모래바람에 시달릴 필요가 없고 남북 화해도 앞당겨질 것이다. 여기에 영호남과 진보-보수 및 세대 간 차이로 갈라진 우리 사회의 틈을 조금이라도 메울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밥 먹는 걱정을 덜고 남과 북을 이어줄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정치인. 19대 대선에서 가장 당선 확률이 높은 이는 바로 그런 정치인 아닐까.

/uni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