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박진현의 문화카페] ‘동양화 비엔날레’ 통할까?
2016년 03월 23일(수) 00:00
조금 부끄러운 얘기이지만, ‘비엔날레(Biennale)’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건 1980년 대 말이었다. 당시 대학 4학년이었던 나는 취업준비를 하느라 일반상식과 시사상식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책을 자주 들여다 봤었다. 그때 문화예술관련 상식분야에 나온 비엔날레는 너무 생소했다.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국제 현대미술전시회’. 비엔날레의 사전적 의미가 머릿속에 쉽게 그려지진 않았지만 입사 시험에 나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무작정 외웠던 기억이 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요즘, 비엔날레는 유치원생들도 알만한(?) 친숙한 용어가 됐다. 지난해 창설 20주년을 맞은 광주비엔날레 덕분이다. 사실 광주비엔날레의 등장은 ‘센세이션’ 그 자체였다. 설치·영상위주의 난해한 현대미술을 접한 관람객들은 적지 않은 문화충격에 빠졌다. 이는 미술관 전시와 구별되는 비엔날레의 아방가르드적 속성 때문이다. 너무 시대를 앞서가거나 새로운 전시패러다임을 보여주는 작품,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선 전시하기 힘든 대작들을 볼 수 있는 곳이 비엔날레다.

하지만 한국에선 비엔날레가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실험성 강한 국제 미술전이라는 본래의 의미와 달리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이벤트로 변질되고 있다. 서예 비엔날레, 도자비엔날레, 공예 비엔날레, 금강자연 미술비엔날레 등의 명칭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갈수록 관람객이 줄어들면서 지자체의 돈만 축내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그런데 머지 않아 또 하나의 비엔날레가 탄생할 듯하다. 이름하여 ‘동양화 비엔날레’다. 최근 전남도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의뢰한 ‘남도 문예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착수보고회를 갖고 ‘동양화 비엔날레를 골자로 하는 세부 계획을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에 따르면 남종화의 본고장인 남도의 문화예술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이를 지역부흥의 동력으로 삼기 위해 서화, 전통정원, 도예, 다도, 판소리, 음식 문화 등 10개 자원을 선정했다. 특히 남종화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2∼3년 내에 동양화의 현대적 해석을 기치로 ‘동양화 비엔날레’를 추진한다 중국 심천의 수묵화 비엔날레처럼 국내 유일의 동양화 비엔날레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물론 전남의 빼어난 문화자원을 국내외에 알리는 ‘남도문예 르네상스’는 의미 있는 도전이다. 하지만 ‘동양화 비엔날레’라는 카드는 기대 보단 우려가 앞선다. 비엔날레와 같은 대형행사를 개최하기 위해서는 시설과 조직, 재정은 물론 대중들과의 공감대가 전제돼야 한다.

하지만 동양화는 선호하는 계층이 비교적 한정된 데다 작가들의 저변도 그리 넓지 않다. 게다가 호남에는 이미 광주비엔날레라는 대표적인 행사가 있는 만큼 전남의 비엔날레 유치는 정부로부터 예산을 끌어 오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동양화의 가치를 현대적 의미로 확대하고자 한다면 광주비엔날레 기간에 의재 허백련 화백의 예술혼이 깃든 의재미술관이나 아산 조방원 화백의 분신인 곡성 옥과 미술관 등에서 특별전을 개최하는 게 더 현실적일 수 있다. 경쟁력 없는 축제는 없느니만 못하다.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