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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현의 문화카페] 그 많던 서점은 어디로 갔을까
2016년 03월 16일(수) 00:00
“우리는 지역사회를 키웠고 지역사회는 우리를 키웠다”(We have built a community and the community has built the store).

미국 워싱턴 D.C의 조지타운 대학 부근에 자리한 작은 서점 ‘폴리틱스 & 프로즈’(Politics and Prose)의 슬로건이다. 1984년 칼라 코헨과 바바라 메드라는 여성이 창업한 이 동네서점은 30여 년 만에 종업원이 100여 명으로 늘어날 만큼 도시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책과 엔터테인먼트를 접목시킨 독특한 경영전략 덕분에 온라인 서점과 대형 문고의 공세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남았다. 매일 밤 열리는 작가와의 대화와 1층 커피숍 ‘모던 타임스’ 한켠에 자리한 ‘에스프레소 북 머신’(Espresso Book Machine)은 이 서점의 자랑거리다. 그중에서도 에스프레소 북 머신은 서점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콘텐츠다. 마치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내는 것처럼 독자들이 가져온 원고나 사진들을 즉석에서 뚝딱 책으로 만들어 주는 서비스를 도입해 호황을 누리고 있다.

뭐니뭐니해도 ‘폴리틱스 & 프로즈’를 널리 알린 주인공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다. 지난 2011년 동네서점과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펼친 ‘스몰 비지니스 새터데이’(Small Business Saturday) 캠페인을 위해 이 서점을 방문한 그가 두 딸과 함께 3∼4권의 책을 구입하는 모습이 전 세계에 소개된 것이다. 실제로 당시 ‘가까운 곳에 서점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라는 오바마 대통령의 인터뷰를 보고 동네서점을 찾는 지역사회의 리더들과 시민들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기자에게도 동네서점에 대한 ‘행복한’ 추억이 있다. 지난 70년대 말, 광주 계림동 헌책방 거리와 가까운 동네에 살았던 나는 주말이면 헌책방 나들이에 나섰다. 지금은 아는 사람만 아는 추억의 장소가 됐지만 그 시절만 해도 헌책방거리는 늘 사람들로 북적였다. 내 또래의 단발머리 여중생에서부터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침침한 형광등 아래 문학전집이나 하이틴 소설, 잡지 등을 읽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몰랐다. 특히 다락방 같은 친근한 분위기는 헌책방만의 매력이었다. 주인 아저씨의 허락을 받고 한쪽 구석에 앉아 책장을 넘기다 보면 내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그 시절 (우리에게) 동네서점이나 헌 책방은 그런 곳이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발간한 ‘2016 한국서점편람’에 따르면 광주는 2014년 123개였던 서점 수가 2015년에는 93개로 약 25%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6대 광역시 중 광주는 대전에 이어 두 번째로 서점 수가 눈에 띄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광주의 지자체는 광산구(3), 남구(5), 동구(6), 북구(6), 서구(10)개가 감소해 지역에 따라서도 감소 폭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리 인터넷 시대의 ‘그늘’이라고 하지만 동네서점이 사라지는 건 소중한 무언가를 잃는 것 같아 씁쓸하다. 정녕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오게 할 수는 없는지….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