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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현의 문화카페] 브런치 콘서트
2016년 03월 09일(수) 00:00
지난 3일 오전 10시 40분, 국립 아시아 문화전당 예술극장 2 주변은 삼삼오오 몰려든 관객들로 북적거렸다. 11시부터 시작되는 공연의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었다. 40∼50대 주부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부부와 20대 청년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일행으로 보이는 40대 주부들은 누군가의 가방에서 꺼낸 과자를 나눠 먹으며 웃음꽃을 피우기도 했다.

이들이 오전부터 예술극장에 모여든 이유는 올해 처음으로 진행하는 문화전당의 브런치콘서트 ‘쉼’(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오전 11시)을 즐기기 위해서다. 휴식의 의미인 ‘쉼’과 공연에 대한 ‘쉬운’ 접근을 뜻하는 문화전당의 2016년 야심작이다. 유명 연주자의 공연은 아니지만 이날 지휘자 금난새의 해설이 곁들여져서인지 500여 석의 객석은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지휘봉이 아닌 마이크를 잡고 무대에 오른 금난새 지휘자는 아담하면서도 격조 있는 예술극장의 분위기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첫 출연자는 그가 교장을 맡고 있는 서울예술고등학교의 현악 4중주단 ‘소리앙상블’. 관객들의 편안한 감상을 위해 이날 콘서트의 레퍼토리는 귀에 익숙한 생상의 동물 사육제 중 ‘백조’,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 작품 28’, 헨델-할보르센의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파사칼리아’ 등이었다.

이날 콘서트의 백미는 금난새 지휘자의 위트 넘치는 해설이었다. 연주를 시작하기 전 곡(曲)의 전반적인 설명은 물론 중간 중간 특징적인 부분을 유머를 곁들여 해설하는 등 클래식에 대한 거리감을 좁혀 주었다. 오랫동안 클래식 대중화에 앞장서 온 그의 남다른 열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마지막 무대 인사를 건넨 그에게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모닝콘서트, 마티네 콘서트로도 불리는 브런치 콘서트의 원조는 서울 예술의 전당의 ‘11시 콘서트’다. 지난 2004년 예술의 전당은 저녁 준비로 밤 공연을 관람하기 힘든 주부들을 위해 ‘11시 콘서트’를 무대에 올렸다. 하루 일과 중 남편과 아이들을 직장과 학교로 보내고 한숨을 돌리는 이 시간을 겨냥한 것이다.

‘오전에 관객들이 모일까?’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주부들의 ‘틈새 시간’을 공략한 덕분에 전석매진(2500석)이라는 대박을 터뜨렸다. 당시 오전 11시에 여는 브런치 콘서트는 국내에선 생소한 공연장르였지만 김용배 예술의전당 사장이 도입해 직접 해설자로 나서면서 공연계의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이처럼 관객들의 반응이 뜨겁자 국립극장, 성남아트센터, 세종문화회관, 대구문예회관 등 다른 공연장들도 앞다퉈 브런치 콘서트를 간판 프로그램으로 개설해 주부들에게 예술의 향기를 선사하고 있다.

물론 지역에서도 1∼2년 전 광주문화재단과 광주문예회관이 브런치 콘서트를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예산과 기획력이 부족해 반짝 이벤트로 끝나는 바람에 흐지부지된 상태다. 그런 점에서 이번 문화전당의 브런치 콘서트에서 보여준 관객들의 환호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예술로 시작하는 아침. 문화광주가 꿈꾸는 미래이기 때문이다.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