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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훈 광주시 광산구 주민자치과]응답하자! 마을공동체
2016년 01월 20일(수) 00:00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한용운의 ‘님의 침묵’이 저절로 입에서 나온다. 몇 달 동안 우리를 울리고 웃기던 ‘응답하라 1988’ 드라마가 20%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케이블 TV의 신기록을 세우며 우리 곁을 떠나갔다. 필자 역시 1988년에서 1998년 사이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쳐 불타는 청춘을 보내고 지나왔지만, 이제는 기억 속에서 지워져 가는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응답하라 1988’은 그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며 내 가슴에 다시금 열정의 장작불을 지펴줬다. 그 열정의 장작불이 이제는 연기만 남아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에 열광한 이유는 지난 시절의 추억을 찾아줬다는 것 말고도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따뜻한 마을공동체다. 쌍문동 골목 안에서 아이들이 서로 친구로 자라고, 마을 사람들은 아이들을 모두 자기 자식처럼 함께 아끼며 키운다. 아이들도 서로 형제처럼 정을 나누며 어울렸다.

택이가 중국에서 바둑대회 나갔을 때 온 동네 사람들은 가슴 졸이며 승전보를 기다리고, 덕선이가 대입시험을 잘 보게 하기 위해 점쟁이 말에 따라 동네 사람들은 ‘수연이’라고 불러 줬다. 밍키를 좋아하는 진주에게 바나나를 나눠주고 저녁 늦게까지 돌봐준다. 갱년기를 맞아 우울증에 시날리는 치타 언니를 위해 동네 사람들은 도롱뇽 갈비탕 집에서 ‘청춘 결혼식’ 피로연도 해준다. 정봉이가 만든 볶음밥도 이웃끼리 나눠 먹고, 연탄이 떨어진 지하 단칸방 덕선이네 집을 위해 정팔이네 집에서 기꺼이 연탄을 내놓았다. 모두 행복했다. 가슴 저미도록 행복했다. 세월이 지난 후 그 골목에서는 커플도 탄생하지만, 모두 하나둘씩 떠나고 빈집만 남은 동네가 됐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우리는 모두 그렇게 살았었다. 지금은 그런 따뜻한 마을공동체가 사라져 간다. 그 흔한 산소가 사라지면 더 귀하게 간절히 산소를 원하듯이 우리는 우리 곁에서 따뜻한 공동체가 사라져 가기에 더 간절히 이웃 간의 정을 원했는지 모른다. 가족간에도 마찬가지다. 가족이 붕괴되고, 부모가 자식을 죽이는 기사들도 접하면서 어렵더라도 사랑하며 아옹다옹 살아가는 응답하라 가족들을 보며 지금의 우리 가족문화를 다시 돌아본다.

요즘 광주시 각 자치단체에서는 행복한 마을만들기 운동이 한창이다. 응답하라 1988처럼 우리가 원래 가지고 있었던 마을문화를 다시 찾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와 실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아파트에서 아이들을 공동육아로 함께 기르기도 하고, 목공체험교실을 만들어 주민들이 모여 가구를 만든다. 또 아파트 입구에 로컬푸드 매장을 만들어 지역 농산물 살리기 운동을 하고, 동네에 마을카페를 만들어 사랑방처럼 사용한다. 인문학 공부도 함께하고, 풍물패를 만들고 클래식 공연단도 만든다. 빈집 공폐가를 청소해서 동네 텃밭을 만들기도 한다. 주민들이 모여 함께 에어로빅을 하기도 하고, 독거노인의 집에 가서 청소를 해주기도 한다.

이런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광주시에서는 2월5일까지 9개 종류 사업에 37억원을 들여서 마을공동체지원 공모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각 구청에는 중간지원조직이 이 공모 사업들을 컨설팅해주고 있다. 광산구에는 공익활동지원센터, 동구 도시재생지원센터, 서구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남구 마을공동체협력센터, 북구 마을만들기지원센터에서 주민들에게 밀착하여 맞춤형 컨설팅을 진행한다.

‘응답하라 1988’ 드라마는 떠났지만, 끊임없이 우리에게 응답하라고 하고 있다. 따뜻한 마을공동체를 살려서 위대한 드라마 불씨를 현실의 우리 생활에서 다시 피우며 이제 우리가 응답할 차례이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우리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