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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현의 문화카페] 문화로 행복한 2016년
2016년 01월 06일(수) 00:00
“여러분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해피 뉴이어.”

정명훈 서울 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지난 31일 10년간 동고동락해온 서울시향과의 마지막 공연을 마치고 프랑스로 떠났다. 서울시의회가 여론을 의식해 지난 28일 정 감독과의 재계약 체결안 의결을 올해 1월로 넘기자 “진실은 결국 승리할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파리행 비행기에 오른 것. 서울시의회는 최근 정 감독의 부인 구씨가 박현정 전 서울시향대표에 대한 명예훼손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입건되면서 재계약 여부를 결론 내지 못했다.

정 감독과의 결별은 서울시향사태의 ‘반전’에서 시작됐다. 1년 전 성추행 등을 이유로 박 전 대표를 고소했던 시향 직원들이 경찰조사결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인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바뀌게 됐다. 여기에 구씨가 박 전 대표를 음해하는 투서 작성과 배포과정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비난여론이 빗발쳤다.

지난해 세밑을 뜨겁게 달군 서울시향의 ‘진실게임’은 말 그대로 한편의 막장 드라마를 보는 듯 했다. 아름다운 하모니를 들려줘야 할 오케스트라가 연일 파열음을 내는 모습은 많은 사람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그러고 보면 2015년 문화예술계는 온갖 불협화음으로 국민에게 실망과 상처를 안겨주었다. 작년 여름 문단을 패닉상태로 몰고간 소설가 신경숙의 표절 논란이 그 신호탄이었다. ‘믿고 보는’ 베스트셀러 작가였던 신 씨의 표절은 충격 그 자체였다. “문제가 된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우국’을 여러 차례 대조해본 결과, 표절이라는 문제 제기를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론에 떠밀려 발표한 그녀의 애매모호한 사과는 또 한번 문학팬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지난 2014년 정형민 전 관장이 물러난 이후 1년동안 관장인선을 둘러싼 국립 현대미술관의 스캔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6월 문화체육관광부가 1차 공모 결과 ‘적격자 없음’을 발표하자 최종 후보에 오른 최효준 전 경기도미술관장이 반발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또한 외국인 관장 선임을 전제로 실시한 2차 공모에서 최종 후보가 된 바르토메우 마리 리바스 전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장이 재직시절 정치적 검열 문제에 관여한 게 알려지면서 미술계의 공분을 샀다. 고흥 출신인 천경자 화백의 뒤늦은 부고 소식과 이어 다시 불거진 ‘미인도’ 위작논란도 씁쓸한 여운을 남겼다.

지역도 예외가 아니었다. 광주시 산하 7개 시립예술단 가운데 지난해 새로 수장을 맞은 시립국극단은 예술감독의 허위이력 등을 둘러싼 일부 단원들과 감독간의 고소·고발사태가 이어져 볼썽 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지난 연말에는 광주국제영화제가 상임이사의 전횡 의혹 등으로 극심한 내홍에 휩싸이면서 어느해보다 우울한 세밑을 보내야했다.

각박한 세상, 문화와 예술은 그 자체로 희망과 위로를 안겨준다. 그 어떤 곳보다 아름답고 ‘문화적’이어야 할 문화계에서 불협화음이 나오는 건 불행한 일이다. 2016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아름다운 화음으로 꿈과 힐링을 주는, 그리하여 문화로 행복한 한해가 되길 기원한다.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