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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룡 문화지구 vs 문화전당
2015년 10월 28일(수) 00:00
며칠 전 신문을 읽다가 흥미로운 기사가 눈에 띄었다. 홍콩 서구룡 문화지구(West Kowloon Cultural District·WKCD)의 새로운 수장으로 취임한 던컨 페스코드의 인터뷰였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 태평양 예술공연전시장협회에 참가한 그를 단독취재한 기사였다. 수많은 기사들 중에서 유독 그의 인터뷰에 ‘꽂힌’ 이유는 2년 전 광주일보 창간 61주년과 예향 복간호 특집 기획으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유사한 WKCD를 취재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WKCD는 홍콩 정부가 ‘아시아의 문화허브’를 내걸고 세계적인 복합문화예술단지를 건립하기 위해 구룡해안반도 40ha(12만 평)에 공사비 3조 원을 들여 추진하는 국책사업이다. 지난 2006년 착공에 들어간 후 오는 2031년까지 현대미술관인 M+ 뮤지엄을 비롯해 중국 오페라 극장 등 17개의 문화인프라가 들어서게 된다. 마침 WKCD의 최근 상황이 궁금했던 터라 페스코드 인터뷰는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페스코드는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대표를 지낸 마이클 린치의 후임으로 지난 8월 제4대 WKCD의 최고경영자로 임명됐다. 워낙 전임자인 마이클 린치와 2대 대표 그레햄 세필드(전 영국 바비칸 아트센터 대표)가 세계적인 예술행정가들이었던 만큼 취임 당시 그의 ‘스펙’에 국제공연예술계의 시선이 쏠렸었다. 하지만 기사에 소개된 그의 이력을 본 순간 “왜 이 사람일까?”라는 궁금증이 일었다.

그도 그럴 것이 페스코드는 예술감독 출신인 역대 CEO들과 달리 지난 30년 동안 홍콩정부의 국책프로젝트들을 추진해 온 정통 행정관료이기 때문이다. 그의 ‘낙점’을 두고 일각에선 우려를 표시했지만 미국의 대중문화예술잡지 ‘버라이어티’ 등에선 “WKCD가 드디어 현실을 직시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사실 WKCD는 비효율적인 공간 컨셉과 천문학적인 예산, 난해한 콘텐츠 등으로 지난 10년간 홍콩 정부의 발목을 붙든(bogged down) ‘애물단지’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홍콩 시민들은 현대미술과 컨템포러리 공연예술에 초점을 맞춘 콘텐츠에 불만을 쏟아내며 ‘새판짜기’를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여기에는 국제적인 명성에 치중해 영입한 역대 수장들이 홍콩의 ‘정서’와 현실을 읽지 못하고 글로벌 마인드로 WKCD를 지휘해 온 것도 한몫했다.

그런 점에서 ‘페스코드 카드’는 성난 민심(?)을 달래고 WKCD를 홍콩시민들의 ‘문화플랫폼’으로 키우려는 변신의 첫 신호인 셈이다. 실제로 최근 공공프로그램의 일환으로 4주 동안 대중적인 내용의 경극과 월극으로 구성한 ‘중국 오페라 페스티벌’은 10만 여 명이 다녀가는 등 성황을 이뤘다.

페스코드는 인터뷰 말미에서 “문화지구를 새로 만드는 일은 소도시 하나를 짓는 것과 같다. 정부의 지원과 지역사회의 관심 못지 않게 콘텐츠, 시설, 운영시스템의 3박자를 동시에 갖춰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꼭 오는 11월 말 공식개관을 앞둔 문화전당에게 던지는 메시지인 것 같다.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