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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전당엔 특별한 게 있다?!
2015년 06월 17일(수) 00:00
불과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 나오시마(直島)는 인구 20만 여 명의 외딴 섬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매년 국내외에서 100만 명이 다녀가는 글로벌 관광지로 변신했다. 다름 아닌 나오시마 지추(地中)미술관 때문이다.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미술관은 지하방공호를 연상케 하는, 랜드마크적인 건축물과는 거리가 있지만 화려한 컬렉션으로 관광객들을 불러 모은다.

그중에서도 나오시마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현대미술작가 구사마 야요이의 ‘호박’은 단연 인기다. 선착장 입구에 자리한 ‘빨간 호박’과 미술관 인근에 설치된 ‘노란 호박’은 나오시마를 상징하는 조형물로 작가 특유의 물방울 무늬가 강렬한 인상을 준다. 관광객들은 구사마 야요이의 ‘호박’ 앞에서 인증 샷을 찍기 위해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나오시마를 찾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지난해 파리 현대미술관인 퐁피두센터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목격했다. 하루 평균 방문객이 2만 5000여 명이라는 소문대로 미술관 입구는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로 북적거렸다. 특히 기자의 시선을 끈 건 장 피에르 레이노의 금빛화분인 ‘골든 팟’(Golden Pot)’이었다. 2층 야외테라스에 설치된 5m 높이의 화분 앞은 카메라를 꺼내 든 관람객들로 붐볐다. 개념미술작가 장 피에르 레이노의 ‘골든 팟’은 몇 년 전 국내 모 은행의 TV광고에 등장했던 ‘빅팟’의 연작으로 퐁피두 센터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조형물이다.

하지만 ‘잘나가는’ 퐁피두센터에도 감추고 싶은 ‘흑역사’가 있다. 지난 1977년 ‘미술관도 되고 창조공간도 되는 열린 문화예술센터’를 내건 당시 조르주 퐁피두 대통령의 뜻에 따라 건립됐지만 시대를 앞서가는 초현대식 건물컨셉으로 개관 초기 시민들에게 철저히 외면을 받았다. 배선, 냉난방, 배관 등 기능적 설비를 모두 건물 바깥으로 빼낸 ‘흉물스런’ 외관과 콘텐츠 부족으로 하루 방문객이 100명에도 못미치는 굴욕을 겪은 것이다.

그러나 1990년부터 차별화된 볼거리들을 선보이면서 파리의 랜드마크로 떠올랐다. 특히 지난 2008년 기획한 장 피에르 레이노의 전시회는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그의 대표작인 ‘골든 팟’은 퐁피두센터의 아이콘이 됐다.

그렇다고 너무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머지 않아 광주 도심에도 국립 아시아 문화전당(문화전당)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최근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추진단은 문화전당 내 도청별관 옆 공간(18m×14.5m)에 미술작품을 설치하기로 하고 현재 공모중이다. 문화전당의 부족한 랜드마크 기능을 보완하고 문화도시 광주의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그러려면 공정하고 엄정한 심사를 통해 ‘경쟁력 있는’ 상징물을 선정해야 한다. 나오시마 미술관과 퐁피두센터에서 보듯 ‘명품 조형물’은 건물과 도시를 빛낸다. 문화전당의 아이콘이 절실한 이유다.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