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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날레 키드’에 박수를
2015년 03월 25일(수) 00:00
제5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을 50여 일 앞둔 2004년 7월. 당시 비엔날레 재단을 출입하던 기자는 막바지 행사 준비에 한창인 전시팀을 찾았다. 재단이 인재육성 차원에서 선발한 4명의 비엔날레 인턴들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수십 대 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된 인턴들은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들이었다. 이들은 비엔날레폐막일까지 약 5개월 동안 외국참여작가들의 이메일 교환에서부터 작품제작에 필요한 재료확보 등 전시기획과 관련된 크고 작은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 유독 기자의 시선을 끈 주인공이 있었다. 가장 나이가 어린 앳된 얼굴의 남화연(25·여) 인턴이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4명 중 유일하게 광주출신이어서인지 더 반가웠던 것 같다.

사실 그녀는 ‘빵빵한’ 스펙을 자랑하는 재원이었다.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후 뉴욕 파슨스 디자인학교에서 아트마케팅을, 미국 코넬대에서 조소를 전공한 작가 지망생이었다. 미술평론을 전공한 다른 인턴들과 달리 (작가 지망생인 만큼)인턴지원 동기 역시 남달랐다.

“조소 작업을 하면서 늘 작가와 관람객과의 소통에 관심이 많았어요. 자신들의 예술세계를 독특한 언어로 표현하는 작가들은 자칫 ‘자기만의 성’안에 갇힐 우려가 있거든요. 아무리 예술적으로 훌륭한 작품이라고 해도 대중들에게 다가가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녀가 작업실을 벗어나 5개월 동안 ‘현장’을 찾은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예술가와 관객이 함께 작품을 기획·제작하는 5회 비엔날레의 전시 주제인 ‘참여관객제’는 놓칠 수 없는 절호의 기회였던 셈이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그녀는 “앞으로 비엔날레를 통해 배운 경험들을 바탕으로 좋은 작가가 되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그녀가 최근 빅뉴스를 전해왔다. 오는 5월 9일 개막하는 2015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의 한국작가로 김아영·임흥순과 함께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이다. 세계 최고(最古)의 비엔날레의 본전시에 광주출신으로는 최초로 참여하는 만큼 광주미술의 위상을 과시한 일대 사건이다. 특히 광주비엔날레를 통해 성장한 ‘비엔날레 키드’(Kid)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는 광주비엔날레 키드가 ‘접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전에도 ‘하이힐 작가’ 이매리씨와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씨가 참여하기 때문이다.

설치작가 이매리씨는 제 9회 광주비엔날레에서 박상화, 장한별, 김한열, 강운 작가와 ‘비빔밥’이라는 프로젝트 팀을 꾸려 참여했고, 이에 앞서 이이남씨는 제 4회 광주비엔날레에서 클레이 애니메이션 작품을 출품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번 광주작가들의 베니스행은 예향의 자긍심을 드러낸 쾌거다. 무엇보다 인재양성에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재단으로선 가시적인 비엔날레 효과를 거뒀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 할 만하다. 앞으로 제2, 제3의 남화연이 탄생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펼쳐야 한다. 인재양성은 광주비엔날레의 존재이유 이기도 하다.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