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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우 호’ 비엔날레가 通하려면
2015년 03월 04일(수) 00:00
지난 2010년 여름, 일본 오카야마현 우노항 선착장은 수많은 여행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세상에 하나뿐인 땅속미술관’으로 불리는 나오시마 지추(直島地中)미술관으로 가기 위해서다. 약 20분 정도 배를 타고 도착한 지추미술관 입구에는 마치 은행창구처럼 대기표를 받아든 사람들로 북적였다. 미술관측은 쾌적한 관람을 위해 하루 평균 1000명으로 입장을 제한하지만 이날 만큼은 예외였다. 평소에 비해 3∼4배 정도 늘어난 관람객들을 되돌려 보낼 수 없어서였다.

이처럼 관광객들이 밀려든 데에는 ‘제1회 세토우치 트리엔날레’(이하 트리엔날레)가 있었다. ‘버려진 섬을 예술의 낙원’이라는 슬로건으로 창설된 트리엔날레는 일본 시코쿠 세토나이카이(瀨戶內海)의 나오시마, 데시마 등 7개 섬에서 3년에 한 번씩 펼쳐지는 국제미술제다.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불편에도 70만 명의 관람객을 섬으로 끌어들였다.

하지만, 트리엔날레의 최대 성과는 지역사회와의 소통이었다. 행사기간 동안 주민들과 참여작가들은 마을 곳곳에 예술품을 함께 제작해 설치하는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였다. 또한 오카야마현과 가가와현의 미술관과 호텔, 식당 등에는 지역작가와 초·중·고 학생들의 작품이 내걸렸다. 전시장이 아닌 삶의 현장에서 만난 트리엔날레는 또 다른 감동이었다.

기자가 새삼 오래전 ‘그날’을 떠올린 건 최근 광주비엔날레 혁신안 공청회에서 쏟아낸 서양화가 정송규씨의 한 맺힌(?) 쓴소리 때문이다. 8년째 무등현대미술관을 꾸려오고 있는 정씨는 “재단은 사립미술관이 행사기간 동안 ‘광주비엔날레 기념 전시회’라는 타이틀을 사용하자는 제안조차 ‘고품격 비엔날레의 위상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퇴짜를 놓았다”며 재단의 폐쇄성을 꼬집었다.

이날 정씨의 하소연은 창설 20주년을 맞은 광주비엔날레의 일그러진 궤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사실 재단은 지역과의 소통 대신 글로벌 가치에 무게를 두고 철저히 ‘그들만의 잔치’를 향유해 왔다. 비엔날레에 등을 돌린 예술가와 시민들이 늘어난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최근 광주비엔날레가 전윤철 전 감사원장을 이사장으로, 박양우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면서 전면 쇄신에 들어갔다. 감사원장 출신인 전 이사장과 예술경영 및 문화행정에 정통한 박 대표의 투톱체제는 중앙정부와의 매개를 통한 예산확보와 ‘큰 틀에서’ 지역과 소통하는 리더십을 보여줄 것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하지만, ‘전윤철·박양우 카드’가 성공하기 위해선 재단의 실천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 2007년 신정아 사건 등 환골탈태의 기회가 몇 차례 있었지만 매번 ‘무늬만 개혁’으로 끝났다. 아무리 좋은 구슬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재단은 7대 혁신안을 실행하는 단계별 로드맵과 추진동력, 그리고 내부 쇄신을 통해 지역사회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지역민의 관심과 참여가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또다시 용두사미로 끝나선 안될 일이다.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