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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리거의 품격과 FA
최 재 호
사회부장
2014년 12월 03일(수) 00:00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하며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26일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지정한 FA 원소속 구단과의 계약 마지막 날. 이날 하루동안 구단과 선수 사이에 오간 돈 규모만 총 395억5000만 원에 달했으며 1일까지 13명이 계약해 몸값 총액은 555억6000만 원이나 됐다. 지난해 523억5000만 원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소문으로만 무성한 플러스 알파까지 오고 갔다면 그 규모는 종잡을 수조차 없다.

FA 광풍이라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다. 최근 2∼3년간 FA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거품’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몸값 인플레이션을 막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모든 구단의 지상과제는 무조건 우승이기 때문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FA 선수 영입은 필수 조건으로 꼽힌다. 최근 몇 년간 FA 성공사례로 인해 구단들은 거액임에도 주저하지 않고 지갑을 연다.

이러한 FA 시장의 인플레이션이 비상식적이라는 데 야구관계자들은 모두 공감한다. 그러면서도 이를 개혁하자는데는 소극적이다.

최근 삼성과 한화가 2조 원대의 빅딜을 하면서 국내 대기업들은 “지금 안 바꾸면 죽는다”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우리 경제에 먹구름이 깔려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야구단은 선수 1명에게 100억 원 대의 막대한 돈을 투자한다. 기업의 입장에서 야구단은 돈 한푼 벌어들이는 곳이 아니지만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FA 시장에 나선다. 수익이 없는 만큼 성적으로 모든 것을 대변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FA 시장은 해외에 진출하는 선수가 부럽지 않을 만큼 규모가 커졌다. 구단들은 해마다 적자를 호소하는데 FA 시장은 점점 규모만 커지고 있다. SK 최정이 연봉과 계약금을 포함해 4년간 역대 최고액인 86억 원, 연봉만 연평균 11억 원을 받게 된다. 프로야구 최저 연봉이 2700만 원인 점을 감한다면 무려 45배 이상을 받는 셈이다.

무명 선수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 FA 선수들의 몸값이 치솟기만 하는 현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김광현의 포스팅 금액이 200만 달러, 양현종은 150만 달러에 불과하다. 한국 최고의 에이스들이 20억 원 수준에서 빅리그 도전을 하고 있지만 국내 남아있는 선수들의 몸값은 50억 원에서 출발한다. 다시금 생각해 볼 일이다.

물론 FA 자격을 취득하기까지 이들이 기울인 노력과 땀에 대한 가치를 깎아내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시장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조절하거나 바꿔서는 안 된다.

FA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해 FA등급제, 유망주 저변 확대, 외국인 보유선수 확대 등 야구계의 폭넓은 논의를 통해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이와 함께 프로야구 출범 33년째를 맞은 코리안리거들의 품격을 높일 수 있도록 사회공헌과 역할에 대한 인식도 바꿔야 한다. 챙기지만 말고 나눔을 실천하고 행동함으로써 높은 몸값의 정당성을 인정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 모델이 LA 다저스의 클레이튼 커쇼다. 그가 위대한 선수로 칭송받는 이유는 지난 2011년과 2013년에 이어 생애 세 번째로 사이영상을 수상한 실력과 잠비아에 고아원을 설립하는 등 나눔과 봉사에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로로 그는 2012년 ‘로베르토 클레멘테상’을 받았다. 올해 클레멘테상은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지미 롤린스와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은퇴를 선언한 폴 코노코가 공동 수상했다. 롤린스와 코너코 역시 어린이와 학생들 삶의 질 향상, 불우한 환경의 아동과 가족들을 돕는데 앞장섰다.

로베르토 클레멘테상은 1972년 새해를 앞두고 니콰라과로 지진 구호활동을 가다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로베르토 클레멘테를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평소 사회 공헌에 앞장섰던 고인의 삶을 기리기 위해 나눔과 봉사정신을 실천한 선수에게 상이 돌아간다.

롤린스는 수상 소감에서 “메이저리거가 되는 순간 자동으로 클레멘테의 유산을 이어받는다고 생각한다”며 “메이저리거로서 당연한 일이다”고 말했다.

코리안리거들도 롤린스의 수상 소감처럼 코리안리거가 되는 순간 청소년에 꿈과 희망을 주고 사회공헌에 대한 무게를 감당할 자격까지 부여받았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팬들에게 코리안리거의 품격과 가치를 증명해야만 FA ‘거품’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lion@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