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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광주시 예술교육
2014년 11월 19일(수) 00:00
평일 한낮인데도 소극장에선 서너 명의 주부들이 연극 연습에 한창이었다. 일본어로 대사를 주고 받아 내용은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표정에선 전문 배우 못지 않는 진지함과 열정이 묻어났다. 바로 옆방에 자리한 스튜디오에 들어서자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청년들이 밴드연습에 열중하고 있었다. 악기를 연주하는 이들의 손놀림에선 록커의 에너지가 넘쳐 흘렀다.

2년 전 취재차 방문한 일본 가나자와 시민예술촌(예술촌)의 풍경이다. 가나자와는 인구 47만 명의 중소도시이지만 시민 세 명 중 한 명이 아마추어 예술가라고 할 만큼 문화가 생활 곳곳에 흐르고 있었다.

그 중에서 가나자와 시민들의 문화향유를 느낄 수 있는 곳은 예술촌이었다. 1993년 다이와 방적공장이 이전하면서 철거위기에 처했던 공장과 부지(9.7ha)를 가나자와시가 매입해 시민들의 예술공간으로 리모델링한 곳이다. 말하자면 시민들의 평생 예술교육의 장인 셈이다. 전문 예술가들의 발표무대는 많은데 비해 정작 시민들의 예술활동과 교육을 위한 전용공간이 없는 데 착안했다. 한 해 120억 원의 운영경비 가운데 90%를 가나자와시에서 부담한다.

광주천변에서 사직공원으로 올라가는 구 KBS 광주방송 사옥 부근에는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옛 광주문화예술진흥위원회 건물)가 있다. 명칭만 ‘센터’이지 광주문화재단의 예술교육지원팀에 불과한 이곳은 지난 2008년 광주시로부터 관리를 맡는 조건으로 6년 동안 지역사회의 문화예술교육 공간으로 활용돼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업이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내려주는’ 공모사업들로 채워져 시민들의 예술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그리 많지 않다. 또한 한 해 예산 3억 원으로 예술교육센터를 꾸려 가다 보니 냉난방은커녕 건물의 하자 보수도 하기 힘들다. 그래서인지 건물에 들어서면 여기저기 페인트칠이 벗겨지고 시설이 노후화돼 을씨년스럽다. 관리를 떠넘긴 광주시가 지난 6년 동안 단 한푼도 시설 보수 예산을 지원하지 않은 탓이다.

게다가 한 술 더 떠 광주시는 최근 광주문화재단 측에 연말 안으로 예술교육센터를 빼달라고 통보했다. 지원은 하지 않으면서 공간 활성화가 미비하다는 게 이유다. 전용공간을 확보할 길이 없는 예술교육센터로서는 내년부터 비좁은 광주문화재단(빛고을문화관)에서 더부살이를 해야 할 처지다.

사실 한 건물을 여러 부서가 공유하다 보면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 여러 제약을 받게 마련이다. 서울이나 인천 등 다른 지자체들이 예술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해 전용건물은 물론 개별적인 기관으로 위상을 격상시키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문화의 시대, 예술교육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정부의 문화융성 정책도 예술교육이 동반되지 않으면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예술교육센터를 ‘홀대’하는 광주시의 행태는 이런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처사다. 문화광주의 미래는 예술교육에 있다.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