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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도시·건축 정책위원회’가 필요하다
박 홍 근
양림플랫폼 대표·건축사
2014년 08월 27일(수) 00:00
요즘 건축설계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세종특별자치시에 설계를 하면서 부터다. 세종시은 모든 것이 전문가들에 의해 계획된 도시다. 세계의 행정도시와 행복도시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선별하여 설계됐다. 인간의 삶이나 행동이 전문가들의 초기 계획대로 될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이의 성공여부는 계획의 올바른 실천과 지속성 확보, 사후 평가와 수정·보완 노력 여부에 달려 있다고 본다. 일단은 도시 분위기가 혼란스런 우리나라 여느 도시와는 구분이 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건물의 디자인, 컬러, 간판이 그렇다. 건물 사용자의 거주환경, 보행자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주차장 출입의 편리성,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공간설계 등이 타 도시에서 경험하기 힘든 수준으로 잘 되어 있다. 이런 결과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첫째, 건축심의제도다. 거의 모든 건축물은 심의를 거치게 된다. 건축심의지침에는 건축의 공공성이 강조된 구체적이고 상세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어 있다. 이 지침을 따르며 설계를 해야 한다. 벗어날 땐 심의 자체가 통과되질 않는다. 즉 건축허가를 받을 수 없다. 지침만이 잘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운영도 잘하고 있는 듯하다.

둘째, 지역건축가(BA제도·Block Architect)제도다. 건축주는 토지를 분양받기 위한 입찰 전, BA지침을 확인하고 투찰에 들어간다. BA지침은 개별건축물의 건축심의지침만으로 다루기 힘든 도시 이미지, 매력, 건축과 문화 콘텐츠를 확보토록 한 단지별 지침이다. 이는 통합설계가 되도록 유도한다. 개별 부지에만 국한된 설계가 아니라 옆 부지와 단지를 생각하고 도시 전체의 일부로서 균형과 조화를 고려한 설계가 되도록 한다. 건축주의 사업성에, 사용자와 도시 경관에 대한 공공성·공동성을 강조한 세종시 건축정책 중 하나다.

이를 보면서 우리지역의 건축정책과 건축의 실상, 설계의 최선봉에 있는 건축사의 역할에 대해 다시금 되돌아본다. 건축정책과 건축심의지침의 미비, 건축주 이익 극대화 위주의 건물, 건축주 앞에 작아져 있는 설계자(건축사)의 모습 등등. 나도 이에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문제는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개인의 노력과 더불어 건축정책 시스템과 운영, 시민의 동참으로 풀어야 한다.

그러나 민간건축의 사회적 역할이나 공공성 확보를 자발적으로 기대하기란 어렵다. 건축주의 이익 극대화와 건축의 공공성·공동성을 조율할 디테일한 지침이나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서울시에서 운영 중인 ‘건축정책위원회’제도를 참고 할 필요가 있다. 건축 ‘정책’을 발굴하고, 실행할 건축심의기준을 만들고, 적극적인 실천과 자문·참여 등을 통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광주도 시장 직속의 “도시·건축‘정책’위원회”를 신설해야 한다. 우리네 실정에 맞는 건축심의지침을 만들고, 각종위원회를 조율하고, 도시·건축의 비전도 제시하며 실천토록 해야 한다. 이는 공공건축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하면서 민간건축도 동참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도시의 많은 건축물은 개인 소유물이지만 동시에 시민전체가 공유하는 자산이다.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소통하고 공유하는 공공성과 공동성을 확보해야 한다. 건축으로 이루어진 도시환경은 후손들의 행복을 결정하는 중요한 유산이 된다. 광주의 역사, 생태, 민주, 인권의 정체성을 살린 지속가능한 건축정책과 그 실천이 필요한 이유다.

건축물은 그 자체만으로도 도시의 역사와 시대정신이 담긴다. 나아가 관광상품이 되기도 한다. 우리 지역에도 그런 건축물이 많이 만들어 져야 한다. 이를 위한 지속가능한 기본원칙들이 만들어 지고, 지켜가며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도시의 모든 건축물은 시민들 모두가 누리는 공공자산이고, 건축은 도시와 인간의 삶 속에 더불어 존재한다. 건축은 우리 삶을 지속케 하는 가장 중요한 안식처이고, 시대가 빚는 창조적 산물이다. 그리고 건축은 결국 그 도시와 사회의 얼굴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