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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싱 9’과 舞鄕 광주
2014년 08월 13일(수) 00:00
개인적으로 요즘 즐겨보는 케이블 TV 프로그램이 있다. 매주 금요일 밤 11시에 방영하는 글로벌 댄스 서바이벌 오디션인 ‘댄싱9 시즌 2’다. 지난해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젊은 춤꾼들의 역동적인 에너지에 매료돼 챙겨보기 시작했다. 춤이라고 하면 발레, 현대무용, 비보잉, 댄스 스포츠 정도만 알았던 내게 ‘댄싱 9’은 다양한 춤의 세계에 눈을 뜨게 했다. 얼반 댄스, 왁킹, 클럼핑 등 이름도 생소한 춤의 향연들을 보고 있으면 일주일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것 같다. 매주 심사위원들의 큐사인에 맞춰 값진 땀방울을 흘리며 열정을 불태우는 댄서들의 노력은 감동 그 자체다.

하지만, 기자에게 깊은 인상을 준 건 일부 여성 참가자들의 ‘눈물겨운’ 출사표였다. 빼어난 스펙을 자랑하는 발레리나와 현대무용가들의 고백은 화려한 무대 뒤에 감춰진 국내 무용계의 슬픈 현실을 되돌아 보게 했다. 엘리트 무용인이지만 썰렁한 객석을 마주할 때마다 자괴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에게 춤의 대중화를 표방한 ‘댄싱 9’은 달콤한 제안이었다고 한다. “‘딴따라’ 들이나 나가는 프로그램에 뭐하러 출연하느냐”는 주변의 반대에도 이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을 두드린 이유는 단 하나, 대중들의 관심이었다.

이들의 간절함이 통했을까. 지난해 첫선을 보인 ‘댄싱 9’은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 일색인 방송가에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다. ‘시즌1’의 성공으로 올해 다시 안방을 찾은 ‘시즌 2’는 지난 18일 방송된 6회 시청률이 자체 최고인 3.2%를 찍었다. 실제로 시청자들은 매주 방송이 끝난 후엔 SNS 등을 통해 “현대무용이 이렇게 매력적인 춤인 줄 몰랐다”, “발레는 따분할 줄로만 알았는 데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공연이란 걸 알았다” 등 다양한 의견들을 쏟아내며 폭발적인 관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춤의 대중화는 무향(舞鄕)인 광주에선 아직 요원한 것 같다. 조선대 무용학과와 더불어 미래 무용인들의 산실인 광주여대 무용학과가 내년부터 신입생 모집이 중지되는 사실상 폐과 절차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측에 따르면 정원 미달과 취업률 저조가 주된 이유라고 한다. 교육부가 4대 보험에 가입된 직장을 기준으로 취업률을 평가하는 탓에 졸업생 상당수가 학원 강사(4 대보험 미가입)로 활동하고 있는 예술인들의 취업특성을 감안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정이야 어찌 됐든 국립발레단을 제외하곤 전국에서 유일하게 시립무용단을 보유하고 있는 광주의 위상에 비추어 볼 때 광주여대의 ‘결정’은 안타까울 뿐이다. 그것도 현대공연예술의 허브가 될 아시아 예술극장(국립 아시아 문화전당내)의 개관을 불과 1년 앞두고 말이다.

문득 2년 전 최태지 전 국립발레단장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강조했던 말이 떠오른다. “광주가 무향의 명성을 지켜가려면 공연장을 자주 찾아 무용수들에게 격려와 관심을 보내줘야 한다”고. 하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종종 공연장을 찾아 지역의 춤꾼들에게 ‘댄싱 9’ 심사위원들 처럼 격려와 응원의 큐사인을 보내자. “아 유 레디? OK, GO.”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