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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님, 이젠 ‘정치’ 좀 하시죠”
박 치 경
서울취재본부 부본부장
2014년 07월 30일(수) 00:00
우리나라에서 가장 힘이 세면서도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치인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대통령 취임 1년 만에 세월호 사고라는 미증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하지만 지지율로만 보았을 때 그는 흔들림이 없다. 나라의 뿌리가 들썩였던 충격파에도 줄곧 40%대의 지지를 받고 있다. 영남과 보수를 근간으로 하는 정치적 주춧돌이 그만큼 단단하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공고한 정치 기반에도 박 대통령 임기 초반은 아이러니다. 한마디로 정치 실종이다. 세월호 사고, 잇따른 인사파동에도 그는 마이웨이로 초지일관 했다. ‘원칙’, ‘정상화’라는 박근혜 스타일은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일이 벌어져도 꿈쩍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일관성에도 불행은 계속됐다. 세월호 참사에다 재난이 이어지면서 많은 인명이 희생됐다. 인사 패착으로 국민의 불신은 극에 이르렀다. 역대 대통령은 핀치에 몰리면 특단의 대책을 애용했지만 박 대통령은 변함이 없었다. 스스로 채운 ‘자존심’이라는 족쇄 때문이었을까? 그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던 박근혜 정부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침체일로의 경제 살리기에 소매를 걷어올렸다. ‘불도저’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기수가 됐다. 우선 부동산 부양책으로 내수를 살리기로 했다. 재벌들이 돈을 풀지 않으면 세금을 물리기로 했다.

반면 경기부양에 동참하면 인센티브를 준다는 방침이다. 단기에 효과를 낼지, 41조 원이나 쏟아진 돈이 더 큰 화를 불러올지 알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박근혜 정부의 변화 의지에는 일단 눈길이 간다.

다음은 정치다. 정치를 논하려면 먼저 ‘시대정신’을 살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내부적으로는 빈부·지역·세대의 갈등을 줄이는 게 숙제다. 나라 밖에서는 남북화해협력과 국제사회에서 국익을 지킬 수 있는 주도권 확보가 급선무다.

하지만 현실은 암담하다. 빈부격차는 모든 갈등의 출발점이다. 부자는 법을 어겨서라도 더 많이 가지려 욕심을 부린다. 없는 사람은 하루 세끼 해결도 빠듯하다. 중앙정부에서 인사와 예산을 둘러싼 영호남 차별은 나라를 둘로 갈라놓을 지경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국내 갈등 해소와 국제사회에서의 자주적 지위 확보를 기본 이념으로 여겼다.

그러나 웬일인지 이명박(MB) 정부부터 정반대였다. 부자에게는 돈이 더 고였다. 이를 바라보는 가난한 사람들의 소외감으로 갈등에 불이 붙었다. 남북 간에는 연평도 포격이라는 준 전시상태가 빚어졌다. 미국 편향 외교전략으로 동북아에서 곤경을 자초했다.

이명박 정부야 그렇다 치더라도 ‘대탕평’을 내세웠던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실망은 더 크다. 경제민주화는 아직 구호를 맴돌고 있다. 호남 소외에 따른 ‘지역 차별병’은 더 깊어졌다. 차라리 희망이라도 가지지 않았더라면 허탈감은 이보다는 덜했을 게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남북 훈풍은 기대난이다. 미·중·러·일에 둘러싸여 우리의 확실한 주권을 지켜가는 일도 간단치 않다. 이쯤에서 박근혜 정부가 지향하는 시대정신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

박 대통령이 지난 28일부터 청와대 내에서 휴가 중이라는 소식이다. 세월호 사고 등으로 사정은 좋지않지만 머리를 식히며 정국구상을 하려는 것 같다.

휴가 후 국정에 복귀할 박 대통령에게 권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이제는 제발 정치를 좀 하시라”는 주문이다. 포퓰리즘이어서는 안되지만, 야당이 비난해온 ‘통치’(統治)가 더 이상 이어지면 위험하다.

진보적인 경제정책을 선택했더라도, 보수정치를 버리지 않으면 국민과의 갈등은 멈추지 않게 된다.

박 대통령의 품격과 나라 위한 충정은 십분 이해한다. 이젠 자신의 원칙만 고집할 게 아니라 국민의 바람에 더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야당의 주장이 옳으면 ‘선제적’으로 수용하라. 대중과 야당을 끌어안으면 박 대통령이 승자가 된다.

박 대통령은 멋있는 정치를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힘있는 정치인이니까…. 국민은 확 달라진 대통령의 모습을 기다리고 있다.

/uni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