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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종합전형’ 소고(小考)
송 민 석
전 여천고등학교 교장
2014년 07월 16일(수) 00:00
지난 6월 기숙형 공립고를 방문한 적이 있다. 교문에 들어서자 학생들의 인사성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점심시간 70분 중 20분 동안 학생 동아리가 중심이 되어 중앙현관에서 모여 작은 음악회가 열리고 있었다. ‘어느 산골 소년의 사랑이야기’, ‘개똥벌레’ 등을 부르며 입시위주의 삭막함을 벗어나 전교생이 흥겹게 손뼉을 치며 힐링의 시간을 갖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않고 자투리 시간을 활용한 음악동아리 활동이다. 모두가 즐거워하는 학교, 꿈을 키우고 끼를 끌어내는 행복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정년 이후 6년째 대학입학사정관 활동을 해 오는 중이다. 한국교육의 현실은 대학입시에 의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위 명문대학들의 신입생 선발 방법에 따라 한국교육의 방향이 요동쳐왔다. 고교에서 학생들의 다양한 특성을 살리는 교육을 할 수 있게 하려면 대학에서 먼저 그러한 학생들을 선발해야 한다. 수능 점수만의 단순한 잣대보다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의 다양한 잠재력과 능력을 평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취지에서 등장한 것이 ‘입학사정관제전형’이다. ‘입학사정관제전형’이 현 정부에 와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명칭이 바뀌었으나 내용은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입학사정관제 도입에 따른 변화는 우선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각 대학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을 늘림으로써 학생들이 주요 교과 이외의 봉사활동, 진로활동, 체험활동 등 의미 있는 다양한 동아리 활동에 주목한다. 학원이 아닌 자기 주도적 학습태도를 취하고 삶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능동적인 인재를 찾는 ‘입학사정관제전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학생부’다. 교과 성적(내신)과 비(非)교과 활동이 담긴 학생부를 토대로 대학들이 지원자의 자질과 발전 가능성을 가늠한다.

서류평가 과정에서 보면 학교에서 지정하는 동아리 외에 학생 자율동아리가 크게 부족한 편이다. 또한 성적은 우수해도 진학하려는 대학에서의 전공과 연관된 교내 활동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체능 동아리뿐으로 교과 관련 탐구·학습 동아리를 찾아보기 어렵다. 진로와 연계한 활동, 학교에서 시키는 제도화된 활동보다 자기 주도적 성향이 드러나는 활동일수록 호감을 살 수 있음이다. 학력저하로 인한 ‘일반고 위기’ 이야기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학생부를 제대로 작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흔히 교내 행사기록만 있지 학생 개개인에 대한 관찰기록이 없는 경우를 자주 본다. 예를 들면 ‘학생회 정·부회장 선거를 통해 민주적 질서를 배우고’라는 상투적인 기록을 대학에서는 원치 않는다. 참여 동기와 과정, 변화된 모습과 같은 그 학생만의 생생한 관찰기록을 요구하고 있다. 입학사정관들을 애먹이는 것 중의 하나가 입학사정관제 대비한답시고 별 의미 없는 내용으로 학생부 양만 장황하게 늘어놓는 경우다.

학생부에서 ‘성실하다’ ‘모범적이다’라는 식의 모호한 미사여구를 늘어놓는 경우도 흔히 본다. 반면 입학사정관제 준비를 철저히 하는 학교에서는 학생의 진로와 관련된 구체적인 활동을 서술하고 있다. ‘국제금융 전문가가 되기 위해 모의증권투자 동아리에서 활동했다.’라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기술한다. 대학에서는 학생의 전공 적합성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교육부가 ‘일반계고 살리기’에 팔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지난 정부에서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학생선발권을 가진 특목고·자사고 등을 확대해 이들이 대학 입시를 휩쓰는 외부 구조를 만들어놓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고교 다양화 정책은 수직적 서열만을 심화시켰을 뿐이다.

학생선발의 자유보다 일반고에도 특목고·자사고 수준의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전체 고교의 70%를 차지하는 일반고는 공교육의 본산이기 때문이다. 존폐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자사고 중에서 일반고로 전환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준비도 함께 서둘러야 한다. 교육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인기영합주의로 접근해서는 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