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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자가 위장전입자인가요?
백 희 정
광주여성민우회 대표
2014년 06월 10일(화) 00:00
# 80% 성폭력피해 중 아는 사람에 의한 피해 빈도, # 88% 친족성폭력(친부, 의부, 오빠)의 비율, # 15% 성폭력피해자 평균 연령

위의 숫자는 현재 광주여성민우회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다솜누리, 이하 쉼터)에 입소해 있는 생활인들의 현실이다. 성폭력이 아는 사람에 의해 일어난다는 막연한 사실을 적나라하게 증명해주는 숫자이기도 하다.

다솜누리는 올해로 개소 10년이 되는 비장애인 성폭력피해자 생활시설로 현재 8명이 입소해 생활하고 있다. 초등학생 피해자도 적지 않지만, 많은 아이들이 중학교 때 피해를 당했으며 친부·의부·오빠에 의한 강간·추행 등으로 지속적인 피해가 우려되어 쉼터로 긴급 보호조치를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쉼터는 법률에 의한 비공개 시설로 이 아이들이 최장 고3때까지 지낼 수 있으며 숙식제공은 물론 의료, 법률, 생활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아이들이 쉼터에 오면서 가장 크게 부딪히는 경우가 전학문제이다. 일반적으로 초·중학교 전학은 가족의 이사와 전입신고만 되어 있으면 아무런 문제없이 가능하다.

친족성폭력의 경우 가해자가 대부분 친권자이며 생계부양자이기 때문에 가족구성원들도 쉽게 그 피해 사실을 인정하지 못해 피해자를 지지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가해자가 ‘내 자식 내가 데려 가겠다’며 입소동의 및 기타 제반 서류 제출에 비협조적인 경우가 많다.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성폭력피해자는 쉼터로 전입신고를 하지 않고도 주소지 외의 지역에 취학 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쉼터는 시설입소증명 등 객관적인 소명자료를 구비해 학교장에게 전학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뤄지는 전학은 교육청의 환경전환 대상자 전학 절차에 따르는데 학교장 추천서외에도 보호자 동의서와 주민등록등본을 구비해야 한다. 이런 복잡한 절차 외에도 관할 교육청의 담당 부서장의 의지와 인식 정도에 따라 다르게 처리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한 달이 넘도록 전학이 지연되는 사례가 있었다. 생계부양자인 오빠에 의해 성폭력을 당한 경우인데 현재 가해자인 오빠는 교도소에, 친권자인 엄마는 정신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해있는 경우이다.

관할 교육청 담당자에게 비밀 전학을 문의했을 때 반드시 부모와 함께 전입신고가 되어야 한다며 전학 문제는 신중하다는 입장을 전해 들은 적도 있다.

성폭력피해자는 자신의 성폭력피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 외에도 자신의 의자와 상관없이 신분이 노출되는 것과 피해자도 잘못이라는 사회의 인식과 부단한 싸움을 하고 있다. 특히 친족성폭력 피해자는 가족들로부터도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어 쉼터에 생활하고 있는 다른 성폭력피해자들 보다 더 안타까움을 전하고 있기도 하다.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에 어린 청소년이 피해를 입고 상처와 아픔을 이겨내는 것도 고스란히 피해자 몫으로 주어진다.

성폭력피해자는 위장 전입자가 아니다. 학교와 지역사회는 성폭력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성폭력피해사실이 확인되면 학교장은 전학, 피해자 보호 등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어야 하고 관할 교육청은 성폭력 피해에 대한 인식 제고와 함께 최소한의 서류로 전학 절차를 진행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