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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삼남씨’
2014년 05월 14일(수) 00:00
“박 기자님 피곤하지는 않으신지요? 어제 ’근대로(路)의 여행 골목투어’에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내년 국립 아시아 문화전당이 개관하면 꼭 한번 관람하러 광주에 가겠습니다 ….”

대구 근대골목을 취재하고 돌아온 지난달 29일 오전, 기자는 한통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하루 전날 기자일행을 안내한 골목해설사 장삼남씨였다. 기자의 다른 취재일정으로 중간에 헤어져 배웅하지 못한 게 마음이 걸렸던 모양이다. 사실 2시간 동안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녀는 기자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다. 그동안 취재현장에서 많은 해설사를 만났지만 그녀만큼 친절하고 열정적인 가이드는 처음이었다. 그녀 덕분에 대구사투리가 그렇게 정겨운지 처음 알게 됐다.

보여주고 싶은 것은 많은데 주어진 2시간이 부족했는지 삼남씨의 발걸음과 말은 시간이 흐를수록 빨라지기 시작했다. 비록 대구의 도심 전체를 둘러보진 못했지만 그녀의 ‘귀에 쏙쏙 들어오는’ 친절한 설명 덕분에 근대골목의 가치를 충분히 이해 할 수 있었다. 특히 도로 개설로 한때 철거위기에 놓였던 민족시인 이상화 고택을 대구시민들의 힘으로 지켜냈다고 설명하는 대목에선 그녀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날 삼남씨 못지 않게 대구에서의 훈훈한 추억을 안겨준 또 한 사람이 있다. 바로 ‘미도 다방’의 정인숙(63) 여사다. ‘아름다운 도시(美都) 속의 다방’이라는 뜻처럼 한복 입은 자태와 상냥한 미소가 아름다웠다. 근대골목 제2코스의 마지막 구간인 진골목에 위치한 미도다방은 대구 시민들과 동고동락해온 ‘문화 사랑방’이다. 마치 시계바늘이 멈춰선 듯 30년 전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옛날식 다방’은 전국적인 명소가 됐다.

정여사는 촉박한 일정 때문에 ‘분위기’만 살짝 보고 가려는 기자일행에게 “10분이면 된다”며 자신이 직접 만든 쌍화차와 전통과자를 건넸다. 광주에서 먼 걸음을 한 손님을 그냥 보낼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그녀는 광주에도 이런 다방이 있는지, 손님들은 많은지 이것 저것 물어보더니 “광주에 가면 근대골목을 잘 소개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언제부턴가 ‘대구’ 하면 ‘근대골목’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대구 읍성 주변의 골목에 스며있는 이야기를 찾아가는 근대골목투어는 ‘2012년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곳 100선’에 선정된 데 이어 2013 지역문화브랜드 대상 등을 수상했다. 2008년 287명에 불과했던 골목투어 탐방자 수는 지난해 20여 만 명으로 급증하는 등 관광명소로 부상했다.

이 같은 성과에는 근대골목의 역사와 문화, 여기에 이야기를 덧씌운 스토리텔링이 있었다. 하지만 기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건 장삼남 해설사, 정인숙 여사와 같은 시민들의 ‘대구사랑’이었다. 이들은 외지인에게 자신의 일상에서 친절한 미소와 따뜻한 말 한마디로 ‘관광 대구’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그러고 보면 도시를 살리는 주인은 이런 평범한 시민들인 것 같다.

〈편집부국장 겸 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