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구멍 뚫린 복지사각지대, 시민들 관심·참여 더 필요하다
장 형 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남본부 나눔사업팀장
2014년 03월 11일(화) 00:00
불경기에는 ‘매운 음식’이 잘 팔린다고 한다. 경기가 좋지 않으면 사람들의 고민과 걱정이 많아지고 그만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매운 맛을 느끼게 해 주는 캡사이신성분을 무의식적으로 찾게 되기 때문이라는데, 요새는 참 ‘매운 맛’이 확 당기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

서울 송파구의 세 모녀 자살사건을 시작으로 마치 감염균이 확산되기라도 하듯 경기도 동두천과 광주 등에서도 일가족이 동반자살해 목숨을 끊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생계형 자살’의 확대. 이는 단순히 ‘베르테르 효과’로만 치부하기엔 마음 한 구석이 좀 찜찜하다. 오히려 이런 사건들은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지역사회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복지사각지대의 현실과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매년 복지예산이 늘어나 지금은 100조원에 가까운 비용을 ‘복지’라는 이름하에 투자하고 있지만 지역사회 안전망이 상실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서로가 서로를 챙기는 ‘공동체적 사고와 행동’이 없다면 단순한 예산부풀리기가 이 문제의 핵심에 다가서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얼마 전 순천에도 ‘순천 뇌사사건’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는 안타까운 사례가 발생했다. 고등학교 3학년인 송모군이 학교에서 체벌을 받고 귀가 후 태권도장에서 연습을 하던 중 갑자기 쓰러진 것이다. 의식을 잃고 쓰러진 송군은 결국 뇌사판정을 받았다. 이 사건은 과도한 체벌에 대한 논란을 일으켰고, 체벌과 뇌사의 연관성에 관한 피해자와 학교간 주장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드러나지 않은 안타까운 송군의 사연이 있었다. 쓰러진 송군은 어머니, 남동생과 함께 살아가는 한부모가정의 가장이었다. 송군의 어머니는 몇 해 전 남편과 이별한 후 조그마한 식당에서 일을 하며 송군과 남동생을 홀로 키워왔다. 어려운 가정형편과 고단한 일상 속에서도 어머니가 힘을 낼 수 있었던 건 어머니와 남동생을 챙기는 의젓한 송군 덕분이었다고 한다.

그런 아들이 갑자기 쓰러져, 의식이 없는 상태로 중환자실에서 언제 깨어날지도 모르는 채 누워있는 것이다. 갑작스런 아들의 사고로 어머니는 신경쇠약을 호소하며 음식물 섭취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송군이 병원에 입원하며 들어간 치료비는 2000만원에 육박하며 이 중 본인부담금도 600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앞으로 송군의 상태에 따라 얼마의 병원비가 더 들어갈지 알 수 없다. 어머니는 아들을 간호하기 위해 다니던 식당 일도 그만둔 상황으로, 치료비는 물론 생계를 이어나가는 것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지역민들의 관심과 참여만이 송군의 가족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

누구의 잘못으로 그렇게 되었는지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안타까운 사연이 발생했을 때 아동을 돕기 위한 관심과 참여가 아닐까 한다. 이와 같이 구멍이 뚫린 복지사각지대의 시책을 논하고 개선하려는 노력 또한 필요하나 그보다 앞서 생각해봐야 하는 건 도움의 손길을 절실히 기다리고 있는 주변의 아동들에게 관심을 가져보는 게 아닐까.

‘천상막여일행’. 한 가지 행동이 천 가지 생각보다 낫다는 의미이다. 컴퓨터에 앉아 타자기를 두드리며 대안을 찾아나가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나가 도움을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이라도 도움을 주고자 노력해 보는 것. ‘실천하는 어른, 행동하는 어른’그것이 결국 사회를 조금 더 희망차게 이끌어 나가는 원동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