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서는 살 수 없는 것이 ‘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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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서는 살 수 없는 것이 ‘은혜’
송 우 진
삼동청소년회 광주전남지구 교무
2013년 12월 24일(화) 00:00
학교에서 인성교육을 하며 많은 아이들을 만난다. 이 친구들에게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이냐 물어보면 가족과의 갈등과 학업 문제를 꼽는다. 내가 만난 아이들만 그럴까? 신문이나 뉴스를 찾아보면 청소년 사망의 원인 1위는 자살이라 하고, 그 자살 원인의 1, 2위가 가족관계와 학업문제라고 한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고, 방과 후에는 야간 자율학습까지 한다. 친구를 만나 마음껏 놀 수도 없고 자기만을 위한 취미활동은 더더욱 엄두를 내지 못한다. 게다가 주말에는 평일에 야간 자율학습 때문에 가지 못했던 학원에도 가야한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 온 생활을 바쳐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잘 오르지 않는 성적 때문에 늘 좌절하고, 괴롭다. 게다가 그 짜증과 스트레스를 집에 가서 풀어대니 부모와의 관계가 좋을 수가 없다.

그럼 부모는 어떠한가. 물가는 오르고 수입은 줄어 살림은 나날이 팍팍해지고 있다. 게다가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높은 요즘은 사교육을 시켜주지 않는 부모는 무책임한 부모라는 말까지도 한다. 이러다 보니 사교육비를 충당하자면 맞벌이는 필수이다. 그래서 부모의 삶도 매우 피곤하다. 그러나 자녀는 이런 부모의 속마음은 알아주지 않는다. 오히려 고마움은 모르고 짜증만 내고 용돈 타령만 하고, 심지어는 다른 부모와 비교까지 하니 부모는 또 부모대로 한숨이 절로 나온다.

학생은 학생대로 갑갑한 삶이요, 풀리지 않는 인생이요, 막막한 미래다.

부모는 부모대로 팍팍한 인생이요, 알아줄 사람 없는 서러움이요, 답답한 미래다.

가족이 서로를 위해서 너무나 고생을 한다. 어떻게 해야 이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을까.

이들의 고통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이 사회가 변화해야 한다.

먼저 우리가 사는 사회를 큰 틀에서 변화시키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정치가들이 하는 일이 이런 것이다. 그러나 개인의 작은 변화가 모여 사회의 큰 변화를 이루는 방법도 있다.

이건 우리 앞 바로 그 자리에서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다.

예전에 어떤 말씀을 들었다. 비가 와서 개천을 건너려고 하는데, 누군가 나를 업어서 건네주었다면 몹시 감사하게 생각하고 그의 은덕을 갚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그 개천에 다리가 있다면, 그 다리를 건너면서 다리의 은혜에 감사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이었다.

우리는 오히려 작은 은혜는 잘 기억하고 감사하지만, 내가 누리고 있는 정말 큰 은혜와 고마움들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힘든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지 않을까?

자식의 존재만으로도, 또 부모의 존재만으로 엄청난 은혜인 것인데 우리는 이것을 잊고 항상 더 좋은 부모, 더 잘난 자녀를 바라다보니 서로에게 위로와 안식보다는 상처를 더 많이 주는 것이 아닐까.

삶 속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사실은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것이었는지, 잃어본 사람은 안다. 부모님이라는 존재, 자식이라는 존재, 건강한 몸, 우리가 마시는 공기… (맑은 공기를 마시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요새 중국발 미세먼지를 겪어보니 우리가 전에 마시던 맑은 공기가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던가!)

당연히 생각하던 평범한 것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것인지, 지금 바로 느껴보자. 감사를 굳이 교당이나 교회, 절에 가야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 바로 내 눈에 뜨이는 것들을 둘러보라. 그동안 사소하고 당연하게 생각했지만, 사실은 없어서는 살 수 없는 것들,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사람들 말이다. 원불교의 교조이신 소태산 대종사님은 없어서는 살 수 없는 것이 바로 은혜라고 말씀하셨다.

없어서는 살 수 없는 크나큰 은혜임을 깨달을 때, 오해와 갈등과 미움의 벽이 녹아내린다. 아이들과 부모들이 당연한 것에서 은혜를 발견하는 연습과 훈련을 지금 바로 시작하면 좋겠다. 가족 구성원이 서로에게 일상에서의 고마움을 찾아낸다면 가정은 더 화목해지고 행복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 사회도 작은 변화의 빛이 반짝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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