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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웅과 이우환
2013년 07월 17일(수) 00:00
일본 나오시마 지추미술관에 가면 꼭 빼먹지 말고 챙겨봐야 할 곳이 있다. 지추미술관 입구에 자리하고 있는 ‘이우환 미술관’이다. 한해 평균 50만 명이 찾는 미술관에는 점과 선을 바탕으로 한 이씨의 예술세계를 엿볼 수 있는 작품 20여 점이 전시돼 있다.

일본 모노파(1960년대 일본현대미술운동)의 창시자인 재일작가 이우환 화백은 ‘작품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상종가를 치고 있는 국제 미술계의 블루칩 작가. 그의 ‘선으로부터’(1979년 작)는 지난해 소더비 경매에서 17억 원에 낙찰됐고 한국작가로는 고 백남준에 이어 두번째로 미국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최근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대구광역시는 5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이우환과 친구들’이라는 미술관을 추진중이고 부산광역시는 총 사업비 49억원을 들여 부산 시립미술관 조각공원 안에 ‘이우환 갤러리’를 건립할 예정이다. 경상도 출신인 이 화백을 문화브랜드로 키워 관광명소로 활용하려는 속셈에서다.

그렇다고 너무 부러워 할 필요는 없다. 이미 광주 시립미술관(시립미술관)에는 35점의 이우환 컬렉션이 있기 때문이다. 단지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지척에 ‘보물’이 있는 줄 모르고 있을 뿐이다.

시립미술관이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그것도 35점이나 보유할 수 있는 건 하정웅(75)씨의 메세나 덕분이다. 영암출신 재일교포 사업가 하씨는 지난 93년 212점을 시작으로 모두 다섯차례에 걸쳐 광주시에 평생 모은 2200여 점의 미술품(하정웅 컬렉션)을 기증했다. 이유는 고향사람들에게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하지만 그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하정웅 컬렉션은 오랫동안 ‘햇볕’을 보지 못했다. 상당수의 작품들이 전시장이 아닌 수장고에서 잠들어 있던 탓에 어떤 작품들이 있는지, 그 작품들이 미술사적으로 어떤 가치가 있는지 충분히 조명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최근 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국시도립미술관네트워크 하정웅컬렉션특선전’(오는 21일까지)은 뜻깊은 자리다. 하정웅 컬렉션이 광주의 문화콘텐츠가 되기 위해선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침 이번 광주전을 계기로 오는 2015년까지 부산, 포항 등 9개도시를 순회한다고 하니 머지 않아 광주의 문화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 이제서야 하정웅 선생에게 조금이나마 광주의 체면이 서는 것 같아 다행이다.

〈편집부국장겸 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