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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산단조성의 또 다른 이면
2013년 03월 22일(금) 00:00
“지자체의 무리한 산단 조성의 배경을 들여다보면 ‘부실한 지방자치’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참 안타까운 일이에요.”

30여 년 간 지역개발학을 연구하고 내년 퇴임을 앞두고 있는 한 교수의 말이다. 전남지역 시·군들이 왜 고금리를 줘가며 허술한 협약을 체결하고, 재정 상태에 대한 검토도 없이 천문학적인 혈세를 업체들에게 내맡기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는 사슬처럼 엮어 있는 관계들을 조목조목 설명하기 시작했다. 먼저 중앙정부가 대부분의 권한을 여전히 독점하고, 지방자치단체에 사소한 사무를 넘기며 재정을 일부 보조한다. 지역주민들의 삶에 지자체의 결정보다 중앙정부의 그것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지자체는 주민들로부터 외면 받는다.

중앙 정당은 오랜 기간 지역을 장악하고 소수의 조직화된 ‘꾼’들이 동원된 선거에서 단체장이 탄생한다. 그 단체장은 민의에 상관 없이 정당 공천에만 몰두한다. 분권이 아니라 중앙집권이 강화되고, 수도권의 극심한 집중은 이러한 구조를 더 견고하게 만든다.

이 교수는 “지역이 망하든 말든 중앙정부는 자신이 가진 권한을 붙들고, 단체장은 주민 위에 군림하면서 주민들의 의사를 왜곡하고 책임지는 자세도 없다”고 지적했다.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껍데기 자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산업단지 조성은 중요한 과제다. 인구는 줄고, 고령화는 계속되고 있으며, 부가가치가 적은 농어업에 기반한 지역경제는 한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들은 공장과 기업을 들여오는데 선결조건이 되는 산단 조성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비단 나주시나 함평군의 문제만은 아니겠지만, 투융자심사를 하고 지방채 발행 규모를 정해 놓은 중앙정부는 ‘심사’와 ‘제한’의 권한만 챙겼다. 심사하고 규제하지만, 대안 제시는 없다. 지자체 단체장은 다음 선거에서 내놓을 ‘치적’을 고려할 수밖에 없고, 최첨단 금융기법과 인맥으로 무장된 서울의 컨설팅업체는 그 틈을 파고들었다. 수천 억 원을 종이 한 장짜리 협약에 주고 받으며, 향후 일어날 수 있는 사태에 대한 ‘책임’은 중앙정부도, 단체장도, 담당 공무원도 외면하고 있다.

이 교수의 걱정은 커 보였다. 지방자치는 거스를 수 없는 명제이며, 세계화 속에 국가의 경쟁력은 지역의 다양한 특성과 자원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난마처럼 얽히고 설킨 산업단지 조성만이 아니라 모든 지역개발 사업과 정책을 결정하는 중앙정부, 단체장, 공직자들의 자세가 이번 기회에 새롭게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윤현석 사회2부 차장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