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자치구를 꿈꾸는 고려인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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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자치구를 꿈꾸는 고려인협동조합
이천영 외국인근로자문화센터 대표, 광주새날학교 교장
2013년 02월 05일(화) 00:00
전국 각지에서 다문화인의 경제적 자립을 목적으로 하는 다문화협동조합이 생겨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맞춰 최근 광주시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 마을에 정착하고 있는 고려인 천여 명도 협동조합을 설립, 자체 사업을 추진하는 등 자립에 나서기로 했다. 이유는 협동조합이 설립되면 고려인들도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근간을 마련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1860년대 초부터 가난과 일제의 탄압을 피해 러시아 연해주와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당했던 한민족 2∼3세 후손인 고려인들이 조상의 땅으로 돌아왔지만 주거, 취업, 보육, 비자문제 등 매서운 차별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이에 비해 비슷한 맥락의 탈북자가 한국에 입국할 경우 정착비와 주택, 보육과 취업지원 등 다양한 복지를 제공받고 있다.

결국 이런 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고려인마을주민들이 모여 자체적으로 어린이집과 방과 후 교실, 취업이나 의료상담, 출입국 상담을 하는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고려인마트와 여행사 등도 설립, 규모를 확대해 가고 있다. 또 하남산업단지와 평동산업단지 등의 협력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고려인 노동자들이 자금을 모으고 투자를 유치해 고려인들만의 협력업체도 설립할 계획을 꿈꾸고 있다.

따라서 고려인마을협동조합은 재외 동포들이 귀국해 설립한 최초이자 최대의 협동조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설립 초기 400∼500명이 조합원으로 참여를 원하고 있어 이 정도의 규모이면 자립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고려인들이 완전한 자립을 위해서는 다양한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다수 고려인들이 월세로 단독주택 상·하방을 임대하여 거주하기 때문에 주거문제로 인해 언제든지 고려인마을이 해체될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광주거주 고려인들은 광주시가 고려인자치구를 설립 고려인역사관을 비롯한 관광특구를 조성하여 다함께 안심하고 살아갈 주거공간을 갖춘 문화마을을 마련해 주길 바라고 있다.

고려인자치구를 조성, 고려인 수난사를 기록한 역사관과 더불어 고려인 고유의 전통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관광특구를 만든다면 순천의 낙안읍성이나 정원박람회처럼 연중 관광객을 불러들일 수 있는 귀중한 관광명소가 될 것이다.

또 살아있는 역사박물관(구한말 고려인 수난사)을 통해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국가관 정립 및 애국심 고취는 물론 많은 국민들의 역사의식을 깨우는 일석이조의 교육의 현장이 될 것이다. 나라 잃은 국민들의 서러움과 고통을 인식하기 위한 독립기념관이 있듯이, 세계 인권도시를 주창하는 광주에 고려인자치구를 만들고 한민족의 수난과 또 영광의 역사를 한자리에서 교육할 수 있는 역사관을 조성하여 고려인협동조합으로 하여금 관리하며 마음 놓고 그들이 스스로 살 아 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들의 할 일이 아닐까. 그리고 그것이 후손들에게 국가의 중요성과 애국심을 교육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제공하고, 국가도 지난 세월 고려인을 눈감고 방치했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믿으며, 쓰라린 과거가 두 번 다시 이 땅에 점철되지 못하도록 예방하는 효과도 발휘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이를 통해 고려인마을 협동조합구성원이 고려인역사관과 관광특구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모델도 개발해 나갈 것이다.

세계적 인권도시 광주시민 모두가 ‘고려인 역사관과 자치마을’을 통한 고려인마을 협동조합이 자리를 잡도록 마음을 모아주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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