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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가족 공동체로서 청소년쉼터
윤 봉 란
2012년 12월 11일(화) 00:00
청소년쉼터는 9∼24세 위기(가출)청소년의 생활을 일시적으로 보호하며 가정 및 사회로의 복귀, 학업 및 자립을 지원한다. 청소년복지지원법에 따라 설치돼 1년 365일 운영된다. 지난 4월 현재 전국 청소년쉼터는 모두 88개소이다. 보호기간, 이용대상, 기능에 따라서 일시쉼터, 단기쉼터, 중장기쉼터로 분류된다. 우리 지역에는 일시쉼터 1개소, 여자단기쉼터 1개소, 남자단기쉼터 1개소, 여자 중장기쉼터 1개소가 있다.

여성이 남자청소년쉼터에서 책임자로 일한다는 것에 대해 의아해 하는 분들이 참 많았다. 나 또한 처음에는 두려운 마음도 있었다. 우리 사회가 가출청소년을 비행·문제청소년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올해 6월경에 지역의 한 신문사에서 청소년쉼터 입소 청소년을 취재하겠다며 방문한 적이 있었다. 취재를 마친 기자가 “의외로 애들이 참 착하고 밝네요”라며 건넨 말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가출청소년들은 비가출청소년들에 비해 비행행위에 많이 연루되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심각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리가 가출청소년을 비행보다는 위기상황에 노출되어 있는 청소년으로 바라보고 접근해야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해마다 가출 청소년은 급증하고 있다. 더 큰 사회적인 문제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현실에 기반한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가출청소년 대부분은 가정해체, 부모방임 등 가정 문제로 인해 길거리로 내몰린다. 즉 집에서 살 수 없는 절박한 이유와 상황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소득 양극화로 인한 중간층 감소, 빈곤가구 증가 등 우리 사회의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이 때문에 가출청소년의 문제를 우리 사회의 제반 문제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가정으로부터 어쩔 수 없이 떠밀려 나온 청소년들이 가정으로 복귀하려면 가정환경이 건강하게 개선되지 않은 한 재가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사실 가출 청소년들은 다양하고 복합적인 문제가 있지만 이를 지원하는 정책과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가출청소년 보호 및 지원을 위한 전달체계 확립, 합리적인 재정지원, 적절한 시설 및 인력기준, 가출관련 기관간의 협력 및 연계, 집없는 청소년들에 대한 자립지원 마련 등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청소년쉼터는 위기청소년들의 사회적 안전망이요, 지지망이 되어야 한다. 가출 청소년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역할은 물론이고 가출의 원인을 찾아 해결해 주는 역할. 그리고 더 나아가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나는 청소년쉼터가 대안가족공동체로서 역할을 하고 있고 생각한다. 쉼터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찾았을 때에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얼굴이 밝아지고 살이 오를 때, 퇴소한 아이들이 음료수 한 병 들고 찾아올 때, 자신들의 사는 이야기 거리낌없이 나누고 갈 때 말이다. 쉼터에서의 생활은 또 다른 공동체로서 관계와 역할과 규칙이 있다. 나를 비롯한 쉼터 종사자들은 아빠, 엄마, 형, 누나, 선생님으로서 역할을 즐겁게 감당하고 있다.

지난 25일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해 마음과 다르게 거친 언어를 사용하던 한 청소년의 아버지가 점심시간에 나를 찾아왔다. 한 시간가량 이야기를 나누고 집으로 쉼터를 나섰던 그는 이내 양손에 음료수 한 박스와 감이 몇 개 달린 감나무 가지를 들고 찾아왔다.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났었는데 내 이야기 들어줘서 너무 고맙고 눈물났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러 오셨다는 것이다. 순간 뿌듯함과 뭉클함과 아픔이 교차했다.

〈광주청소년단기남자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