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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난(?) 장난감도서관 엄마와 아이
김 태 진
2012년 11월 13일(화) 00:00
강아지똥장난감도서관이 문을 연지 2년이 되어 간다. 개관 당시에는 인식이 부족한 터라 “뭐하는데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북구를 비롯해 광주 지역 네 곳에 장난감도서관이 자리를 잡으면서 “왜 우리 지역에는 없느냐?”라는 질타 아닌 질타를 듣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뿐이 아니다. 진도군, 두암동 등 각 지자체와 주민센터에서 답사를 다녀가고, 곳곳에서 장난감도서관 개관 준비를 하고 있다.

강아지똥 장난감도서관이 짧은 시간에 자리를 잡기까지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자원봉사’ 빼놓을 수 없다.

장난감과 도서를 빌려주는 게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막상 일을 하다 보면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소꿉놀이와 블록 장난감은 수량을 일일이 체크해야 하고 자동차 등의 장난감은 고장 나지 않고 제대로 작동하는 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소독을 마친 뒤에는 다시 아이들을 찾아가기 위해 수납장으로 이동한다. 장난감만으로도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서 책까지 대여를 하다보니 혼자서는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자원봉사’ 엄마들이 함께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처음에는 장난감을 무료로 대여 해준다는 혜택 때문에 가벼운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자원봉사에 나섰었다. 하지만 처음에는 ‘일주일에 두 시간 정도만 하자’라는 마음으로 자원봉사에 나섰던 엄마들이 이제는 매일 도서관으로 출근 도장을 찍고 있다. 아이들 역시 제 집 드나들듯 한다.

시설이 좋고 공간이 넓은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화려한 키즈카페처럼 갖고 놀 장난감이 많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자원봉사 엄마와 아이들은 매일 도서관을 찾고 있다. 처음 일주일 두 시간의 봉사가 어느 순간 매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도서관에 새 장난감과 책이 오는 날에는 야간작업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은 심란하기 그지없단다. 청소도 밀려 있고 빨래도 세탁기에서 잠자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는 남편의 저녁밥도 챙겨주지 않고 알아서 챙겨 먹으라고까지 한다. 도서관과 ‘바람(?)’이 나도 단단히 나지 않고서야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한 개그 프로그램의 ‘불편한 진실’처럼 “이거 왜 이러는 걸까요? 바람(?)이라도 난 걸까요?”라는 생각이 든다.

맞다. 도서관과 마을에 바람이 불었다. 남들이 보기엔 도서관이 보잘 것 없어도 이들에게는 제 집처럼 편한 공간이 돼버렸다. 누가 떠든다고 눈치도 주지 않는다. ‘수다’가 제대로 사랑받는 곳이다. 매주 목요일에는 아이들의 신나는 책 놀이가 펼쳐진다. 자원봉사자 가족까지 갯벌로, 목장으로, 강으로, 자연체험마을로 여행도 다녀오기도 했다. 엄마와 아이와 가족 모두에게 살맛나는 바람이 불고 있다. 이 바람은 도서관에 그치지 않았다. 장난감도서관 마을 주민들이 함께 마을 잔치를 벌이기도 했다. 떡메치기로 인절미를 나눠 먹었다. 엄마, 아빠가 동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준다. 내년에는 마을 운동회를 약속했다.

30평밖에 안 되는 조그만 장난감도서관에서 엄마와 아이, 가족 그리고 마을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 넣고 있다. 결코 돈 주고는 살 수 없는 바람이다.

〈강아지똥 장난감도서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