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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광주 문진위
2010년 05월 31일(월) 00:00
지난 2007년 3월 경남 김해 문화의 전당(문화의 전당·사장 김승업)은 국내 공연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전국에서 최초로, 그것도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대형뮤지컬 ‘미스 사이공’을 무대에 올렸기 때문이다. 총 제작비 72억 원 중 김해공연에 들어간 제작비는 12억 원. 총 17차례 공연된 ‘미스 사이공’은 횟수뿐 아니라 규모 면에서도 역대 최고였다. 19대의 트레일러를 동원한 무대장치는 하역 작업만 하루 꼬박 걸렸고, 무대를 설치하는 데만도 일주일이 걸렸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건 인구 45만 명의 중소도시에서 70%에 가까운 객석점유율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이같은 성공신화에는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 김해문화재단의 ‘열린 운영’이 있었다. 물론 세종문화회관 경영본부장 출신인 김승업 사장의 공을 빼놓을 수 없으나 그가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판’을 벌여주었기 때문이다. 김해문화재단은 지난 2005년 2월 김해시가 전액 출자한 전문예술법인. 산하에 김해문화의 전당, 클레이아크(Clayarch) 김해미술관, 김해 한옥체험관을 거느린 김해시의 ‘문화컨트롤 타워’다.

최근 광주문화예술진흥위원회(이하 광주문진위)가 논란에 휩싸였다. 광주시가 지난 27일 신임 문진위원 13명을 위촉하고 31일 신임위원장을 선출하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문화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 시장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위원회 구성과 위원장 선출을 서두르는 것은 적절히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특정인을 위원장으로 연임시키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특히 광주시가 3기 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지역문화정책 전문가와 민예총 인사들을 거의 배제한 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화수도 광주의 핵심기구로 다양하고 균형잡힌 정책들을 추진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광주문진위(문진위)를 보니 지난 2004년 12월 ‘전국 최초의 민간합의기구로 출발한다.’라는 출사표가 무색할 뿐이다. 문진위는 관 조직인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민간이 참여하는 ‘한국문화예술진흥위원회’로 간판을 바꿔 달면서 시범적으로 전국에서 최초로 설립됐다. 지난 2기의 경우 예총과 민예총 성향의 전문가들이 고루 들어가면서 전국에서 벤치마킹하려는 발길이 이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진위는 여전히 시의 문예진흥기금을 배분하는 제한된 역할에 머물러 왔다. 지역의 문화사업을 계획하고 집행하는 막중한 권한을 부여받았지만 위원선임에서부터 사업추진 등 시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번 3기 위원회 구성을 둘러싼 논란 역시 시의 입김이 얼마나 크게 작용한 지 잘 말해준다.

특히 문예기금의 경우 시 출연금 47억 원이 전부다. 이 때문에 문화계 일각에서는 지난 3월 100억 기금모금을 목표로 발족한 광주국제공연예술재단과 통합시켜 문화수도 광주를 이끌어갈 ‘사령탑’으로 역량을 결집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차기 시장이 큰 틀에서 문진위의 위상재고 등 문화정책을 그릴 수 있도록 위원회 구성을 넘겨야 하는 이유다. 그것이 전국 최초로 설립된 광주문진위의 자존심을 지키는 길이다.

/박진현 문화생활부장·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