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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시민’ 될 준비 됐나요?
2010년 02월 22일(월) 00:00
시카고의 대표적인 미술관인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는 매년 여름 ‘특별한 캠프’를 연다. 60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엘더호스텔(Elderhostel)’이다. 참가비가 1인당 100만원선이지만 인기가 높다. 참가자 100명을 모집하는 공고가 뜨기 무섭게 신청자들이 줄을 잇는다.

엘더호스텔의 주무대는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의 전시장. 숙소는 미술관 인근에 마련된 유스호스텔이다. 이들은 5박6일동안 미술관에서 거장들의 작품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도 걱정이 없다. 2명의 도슨트와 큐레이터들이 가이드를 맡아 인상주의에서 부터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미술에 문외한이었던 노인들은 이곳에서 ‘눈이 떠지는’ 황홀한 체험을 한다. 미술관은 엘더호스텔 덕분에 시니어 관람객 수가 매년 늘어나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매주 토·일요일 오전 10시 뉴욕 현대미술관 1층 안내데스크 앞은 꼬마관객들로 북적거린다. 4살 어린이와 그 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네 살짜리를 위한 미술(Art for Four)’의 참가자들이다. 에듀케이터(educator)가 참가자들을 20명 미만의 소그룹으로 나눠 약 1시간 동안 전시실 3∼4곳을 함께 돌며 그림 설명을 한다.

뉴욕 현대미술관이 그림이 뭔지도 모르는 4살짜리 아이들을 ‘VIP관객’으로 모시는 이유는 단 하나. 미래의 ‘미술관 고객(museumgoer)’을 길러내기 위해서다. 어릴 때 부터 부모 손을 잡고 전시장을 둘러본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미술관을 자주 찾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인들의 문화향유는 미술관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미국 미술관 협회(American Association of Museums)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술관(미술관·박물관·동·식물원 등)은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넘버 3 여행지’다. 미국인 3분의 1이 지난 6개월동안 이들 미술관을 찾았다. 하루 평균 230만명이 미술관을 방문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여름방학 같은 휴가철은 미술관에게는 말 그대로 ‘대목’이다. 또한 미국인 10명중 9명은 미술관이 시민들을 교육시키는 중요한 자원이자 평생교육기관으로 여긴다. 미술관들은 이런 기대에 부응하듯 미술에 대한 이해와 소통을 돕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연중 진행한다.

지난 19일 첫 강의를 시작한 광주일보와 광주시립미술관의 ‘현대미술과 인문학’ 강좌가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참가자들은 어렵게만 느껴졌던 현대미술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였다며 앞으로 자주 미술관을 찾아야겠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같은 뜨거운 열기는 광주 시민들이 그동안 얼마나 예술에 대한 안목을 높여주는 명품강좌에 갈증을 느껴왔는지 보여준다. 사실 지역사회는 문화수도를 자처하면서도 정작 시민들의 문화지수를 끌어 올리는 데 소홀해왔다. 이번 ‘현대미술과 인문학’이 문화시민의 마인드를 키울 수 있는 ‘교육의 장’이 됐으면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지 않은가. 예술에 대한 관심과 참여는 문화시민의 첫번째 덕목이다.

/문화생활부장·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