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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99엔’ 침묵 왜?
2010년 02월 02일(화) 00:00
최근 일본 후생 노동성 사회 보험청이 일제강점기 미쓰비시중공업으로 끌려가 강제노역을 한 광주전남지역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에게 후생연금 탈퇴 수당으로 당시 액면가라며 99엔을 지급해 비난을 사고 있다. 99엔이라면 우리 돈으로 1천250원에 불과해 자장면 반 그릇 값도 안 되는 돈이다.

불과 13∼14살에 끌려가 이제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80대에 이르신 할머니들에게 99엔을 내미는 일본정부를 보고 도대체 뭐라고 해야 할까. 할머니들의 상실감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겠다. 99엔은 한마디로 대한민국에 대한 모독이다. 혹자는 99엔은 일본정부가 대한민국에 부여한 국격(國格)이라고까지 하고 있다.

그동안 말이 없다 싶었던 정부가 드디어 말을 열었다. 지난 22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일본정부에) 새롭게 외교적 이슈화하여 다시 협상하지는 않더라도 일본정부의 성의 있는 조치를 기대한다는 의사를 전달한 바 있다”고 말했다.

추후 일본정부의 태도를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과연 처음부터 외교적 현안으로 삼지 않겠다고 미리 꼬리를 내리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보고 과연 일본정부가 성의 있는 태도를 취할지는 의심이다. 지금까지의 일본정부의 태도를 고려할 때, 사실 당장 외교적 현안으로 문제를 삼는다 해도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할지 기대하기 힘든 마당 아닌가.

정부의 입장 표명이 허망하기 그지없다는 것은 바로 99엔이 어떻게 해서 지급되게 됐는가를 살펴보면 더욱 그렇다. 할머니들이 일본 사회 보험청에 후생연금 가입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한 것은 지난 1998년이다. 여기에는 일본 나고야에 있는 양심적 시민그룹 ‘나고야 소송 지원회’의 역할이 컸다. 일본정부는 그 뒤 12년만인 지난해 비로써 미쓰비시중공업에 근무할 당시 후생연금을 납입한 사실을 인정했고, 그에 따라 이번에 탈퇴수당을 신청한 것이다. 달리 말하면, 액수를 차지하고 노구의 할머니들이 무려 12년에 걸친 사투 끝에 일본정부가 99엔을 내 놓게 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우리 정부는 과연 무엇을 해 왔는가? 내일 모레를 장담하기 힘든 80대 고령의 할머니들이 외롭게 일본을 쫓아다니며 그 돈을 찾아오도록 해야 할 일일까 하는 것이다. 80대 할머니들이 받아올 수 있는 돈을 우리 정부는 왜 여태 못 받아 왔는가 하는 말이다.

얼마 전 국익을 우선한다며 삼성 이건희 회장도 특별사면해 줬던 우리 정부다. 대한민국 국익 속엔 과연 일제 피해자들의 피땀을 찾아오는 것은 없는 것인가. “외교적 현안으로 문제 삼지 않겠다”고 미리 선수를 치는 정부 태도를 보고 과연 피해 할머니들은 무엇을 생각할까.

/이국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