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강부자 홍신자 신영옥의 굴욕
지난 2000년 11월 필자는 그해 최대 화제작이었던 연극 ‘오구’를 취재하기 위해 서울 정동극장을 찾았다. 공연 3시간 전 분장실은 배우들과 스태프의 공연준비로 분주했다. 특히 이날 분장실은 대전에서 단체로 원정관람 온 관객들이 많아서인지 고무되어 있었다. 그중에서도 연극의 주인공인 탤런트 강부자씨의 표정이 행복해 보였다.
강씨가 행복했던 이유는 ‘오구’에 대한 관객들의 사랑 때문이었다. 지난 97년부터 ‘오구’의 노모 역을 맡은 그는 죽음이라는 비극적 소재를 신명나는 한판 굿으로 풀어내 관객들을 울고 웃겼다. 강씨의 레퍼토리로 자리잡은 ‘오구’는 평균 객석 점유율 97%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서울에 이어 대구, 부산, 마산, 정읍 등의 전국 순회공연도 대박을 터뜨렸다.
분장실에서 만난 강씨에게 “왜 전국순회도시에 광주가 빠졌냐”고 하자 “광주 사람들에게 물어보라”며 살짝 서운한 기색을 내비쳤다. 이유인즉 흥행실패를 우려해 ‘오구’ 광주공연을 추켜드는 지역기획사가 없다는 것이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정읍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정작 ‘예향’에서는 ‘입성’도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세계적인 현대무용가 홍신자씨 역시 광주에서 굴욕을 맛보기는 마찬가지. 지난 2003년 화제의 공연 ‘웃는 여자’가 ‘믿었던’ 광주에서 죽을 쑤고 말았다. 지난 2001년 뉴욕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뉴욕타임스로부터 “무용언어의 표현영역을 확대한 수작”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홍씨는 전국 순회공연에서 신드롬을 일으킨 데다 비엔날레 도시인 만큼 현대무용에 대한 이해가 남다를 것으로 확신했다. 하지만 500석 규모의 광주문예회관 소극장은 관객이 절반도 들지 않았다. 마치 ‘이 빠진 것’ 마냥 드문 드문 비어 있는 좌석을 접한 세계적인 춤꾼은 그날 이후 광주에 대한 ‘안좋은 추억’ 을 갖게 됐다.
그나마 강부자, 홍신자는 세계적인 소프라노 신영옥의 굴욕에 비하면 나은 편이다. 지난 2007년 1월 신씨의 광주콘서트가 티켓판매 부진으로 공연 하루 전날 전격 취소됐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무대에서 팬들을 열광시켰던 신씨의 티켓이 고작 200여장 팔리는 데 그친 것이다. 신씨의 콘서트 취소 이후 한 때 공연기획사들 사이에서는 광주에 대한 경계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지난 10년 동안 광주의 척박한 공연마케팅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데 광주는 그대로인 것 같다. 최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펴낸 ‘2009 문예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광주에서 열린 인구 대비 공연 횟수가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10위에 그쳤다. 인구 10만명당 공연횟수의 경우 광주는 32.5회로 10위에 머물렀다. 제주(46.7회), 강원(42.4회), 경남(40회) 보다도 낮아 ‘문화수도’라는 타이틀을 무색케 했다.
공연횟수가 적다는 건 광주의 문화향유가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연장을 찾는 애호가들이 많지 않다 보니 무대에 오르는 ‘작품’들이 적기 때문이다. 새해에는 더 이상 광주에서 상처를 입는 예술인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문화도시’의 명성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 스스로 가꾸어 가는 것이다.
/문화생활부장 jhpark@kwangju.co.kr
분장실에서 만난 강씨에게 “왜 전국순회도시에 광주가 빠졌냐”고 하자 “광주 사람들에게 물어보라”며 살짝 서운한 기색을 내비쳤다. 이유인즉 흥행실패를 우려해 ‘오구’ 광주공연을 추켜드는 지역기획사가 없다는 것이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정읍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정작 ‘예향’에서는 ‘입성’도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나마 강부자, 홍신자는 세계적인 소프라노 신영옥의 굴욕에 비하면 나은 편이다. 지난 2007년 1월 신씨의 광주콘서트가 티켓판매 부진으로 공연 하루 전날 전격 취소됐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무대에서 팬들을 열광시켰던 신씨의 티켓이 고작 200여장 팔리는 데 그친 것이다. 신씨의 콘서트 취소 이후 한 때 공연기획사들 사이에서는 광주에 대한 경계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지난 10년 동안 광주의 척박한 공연마케팅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데 광주는 그대로인 것 같다. 최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펴낸 ‘2009 문예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광주에서 열린 인구 대비 공연 횟수가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10위에 그쳤다. 인구 10만명당 공연횟수의 경우 광주는 32.5회로 10위에 머물렀다. 제주(46.7회), 강원(42.4회), 경남(40회) 보다도 낮아 ‘문화수도’라는 타이틀을 무색케 했다.
공연횟수가 적다는 건 광주의 문화향유가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연장을 찾는 애호가들이 많지 않다 보니 무대에 오르는 ‘작품’들이 적기 때문이다. 새해에는 더 이상 광주에서 상처를 입는 예술인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문화도시’의 명성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 스스로 가꾸어 가는 것이다.
/문화생활부장 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