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새봉 개구리논’에서 함께 꿈을 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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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새봉 개구리논’에서 함께 꿈을 꾸다
2009년 12월 15일(화) 00:00
지난 금요일, 광주시 북구 일곡 도서관에서 뜻 깊은 행사가 있었다. 일곡동 뒷산인 ‘한새봉’ 자락에 천수답이 있는데, 이곳에서 녹색연합과 한새봉숲사랑이, 한살림 등의 단체와 50여 가정이 함께 벼농사를 지었다. 800여 평에서 쌀 1천200kg을 수확했는데, 경작한 분들과 나누고 이웃들에게 나눠드리는 행사였다. 수확한 쌀로 떡도 해먹고, 음악회도 함께하면서 한 해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 논은 일곡동 한새봉 산책로 입구에 계단식으로 자리하고 있는데, 본래 일곡마을의 노씨 어르신이 30년 넘게 농사지어온 논이었다. 지난해부터 어르신 건강이 좋지 않아 농사짓기 힘드시던 터에 줄곧 한새봉과 논 습지를 지켜보던 한새봉숲사랑이와 녹색연합이 주민들과 공동경작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한살림, 틔움복지센터 등이 힘을 보탰고, 인근의 50여 가정이 함께 참여했다.

공동경작에 참가한 가정이 회비 5만원을 내고, 모심기와 벼베기, 논두렁연주회, 자연학교 등의 체험을 하는데다 추수가 끝난 후 ‘쌀 10kg’을 받았다. 물론 농사는 농약을 치지 않고 논

습지의 생물이 잘 살아가도록 배려했다. 개구리들이 폴짝 뛰어노는 이 논을 ‘한새봉 개구리논’이라고 이름을 붙였고, 개구리논 쌀에 ‘한새봉 햇살’이라는 상표도 붙였다.

참여한 분들 모두는 ‘개구리 논’ 덕에 참으로 재미난 한 해를 보냈다는 표정이다. 개구리 논과 그곳에서 지냈던 모습들을 담은 ‘한새봉 개구리논 이야기’ 책도 만들어 어린이들에게 나눠줬다. 벼를 재배했던 이야기와 사계절 이야기를 읽는 어린이들의 얼굴은 밝았다. 쌀 나눔 행사가 끝나고 낑낑대면서도 쌀 한 포대씩 가져가는 발걸음은 가볍기만 했다.

이제 일곡동에서는 ‘개구리논’을 많은 분들이 알고 있고, 어떻게 참여하느냐고 문의해오고 있다. 내년에는 개구리 논에서 함께할 식구들이 늘어날 거라는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도시에서 직접 벼농사를 지어보고, 농약을 치지 않은 논의 변화를 관찰하고, 그런 생물들이 논을 살리고 벼를 키운다는 생명의 이치를 깨달아가는 재미는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

어린이들에게 생명의 소중함, 논과 쌀의 귀중함, 농부의 땀방울 없이 내가 무엇을 먹는다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직접 느껴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벼 농사 배추 농사를 지어도 제값받기 힘들어 갈아엎는 농촌 현실에 마음이 아프면서도, 내년 모심기 날이 기다려진다는 한 엄마의 기대 어린 눈빛, 그리고 벌써 논으로 향하는 아이들의 서두름에 한새봉 개구리 논에 넘쳐날 웃음소리가 벌써 기다려진다.

/박필순 한새봉 논두레 살림꾼·광주·전남녹색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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