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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상행정에 위협 받는 국민 밥상
2009년 11월 17일(화) 00:00
전통 유기농법으로 천일염을 만드는 염전은 문화·역사적 보전가치를 갖는다고 평가받는다. 그러나 전국 대부분의 염전창고 주변에 부서지고 깨진 석면슬레이트 조각들이 널려있고 시료의 석면분석결과 최고 25%의 백석면이 검출됐다. 일부 소금제품에서도 미량이지만 석면이 검출됐다는 시민 환경연구소의 현장조사결과를 접한 많은 시민들이 당혹해 하고 있다. 특히 전국 천일염의 80%를 공급하고 있는 신안과 영광지역이 있는 광주·전남권의 주민들은 걱정이 많다.

최근 이 같은 보도를 접한 시민들은 “얼마 전 모 염전에서 소금을 구입했는데 안전하겠느냐?”, “석면에 오염되지 않은 소금을 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등의 문의를 해오고 있다. 소금업계 관계자는 “소금에 석면이 있는지 검사를 하려는데 어떤 방법으로 하느냐?”고 물어왔고, 한 유명식품회사 관계자는 “스낵제품에 천일염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번에 석면이 검출된 소금제품이 어디 것이냐?” 며 제품에 사용한 소금이 안전한지 물어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걱정했다.

올해 내내 사회적으로 이슈화된 석면문제에 대해 설마 하며 무감각으로 일관해온 염전업계는 화들짝 놀란 분위기다. 염전 인허가를 관리하는 농림수산식품부와 자치단체 그리고 소금의 안전을 책임지는 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들도 조사보고서를 보내달라고 요구해왔다.

그동안 염전과 소금의 석면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모색할 여러 번의 기회가 주어졌었다. 먼저, 환경부가 주관하는 정부합동 석면정책협의회에서는 회의가 열릴 때마다 석면의 위험과 문제해결의 시급성에 대해 전문가와 현장운동가들이 강조한다. 그러나 각 부처의 참석자들은 자신들이 속한 부처의 석면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과장급이 참석해야 할 회의에 말단 주무관과 사무관들을 번갈아 가며 참석시키고, 일부 개발부처는 아예 참석자를 보내지도 않는다.

회의를 주관하는 환경부도 사안의 심각성을 각 부처에 전하고 일깨우려는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는다. 이렇게 하는 둥 마는 둥 하던 석면정책협의회가 지난 4월 베이비파우더 석면탤크 사건을 만나자 관계자들이 허둥지둥 모여 이전에 발표한 석면종합대책을 대충 보완하여 임시방편식의 보완대책을 내놓았다.

또 다른 기회는 환경부가 올해 초 발표한 전국농가주택의 석면슬레이트 사용실태 조사결과다. 모두 981호의 농가주택의 82%가 석면슬레이트를 사용하고 있고 이중 67%가 30년 이상 노후화하여 석면노출가능성이 크다는 것과 석면슬레이트 지붕 아래 토양시료의 35%에서 석면이 검출됐다는 내용이다.

농림수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 그리고 염전이 있는 각 자치단체의 관계자들이 이러한 석면슬레이트의 실태조사 내용을 접했다면 당연히 염전에서의 석면오염 가능성을 우려하여 실태를 조사하고 해결책을 모색했어야 한다.

염전의 소금창고와 해주창고가 석면슬레이트로 덮여 있다는 것은 한번이라도 염전을 가본 사람들은 모두 알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 두 부처는 지금도 염전과 소금의 관리책임을 서로 미루며 책임을 전가하는데 급급하다. 정부의 무책임 탁상행정으로 급기야 국민의 밥상이 석면공해로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한심한 일이다.

〈환경운동연합 시민환경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