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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날레 연구실은 옥상옥?
2008년 03월 30일(일) 23:59
베니스, 상파울루, 이스탄불, 싱가포르….
이들 도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비엔날레를 통해 세계인들에게 ‘문화도시’의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가운데 베니스 비엔날레는 단연 돋보인다. 지난 1895년 첫선을 보인 세계 최고(最古)의 비엔날레는 110여 년이 흐른 지금 ‘최고(最高)의 미술축제’로 성장했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매번 일반인들의 상식을 뛰어넘는 전위성으로 현대미술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는 베니스 비엔날레 이사회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이사회라고 해서 당연직, 선출직 등으로 구성된 ‘직능별 조직’과는 거리가 멀다. 세계적인 전시기획자 등 5인으로 구성된 이사회는 감독선임에서부터 정체성, 장기발전방안에 이르기까지 베니스 비엔날레의 실질적인 브레인으로 제 역할을 하고 있다.
브라질의 상파울루 비엔날레도 파워 면에선 둘째 가라면 서럽다. 지난 1951년 상파울루 비엔날레는 베니스를 중심으로 한 서구시각의 ‘그들만의 축제’에 반기를 들었다. 제3세계를 중심으로 하는 상파울루 비엔날레는 베니스의 자리를 위협하는 ‘넘버 2’로 부상했다. 이 또한 10인 미만의 전문가 그룹으로 짜여진 이사회의 힘이 크다.
지난해 광주비엔날레 역시 이사회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재단 이사회의 감독선임과 검증시스템 부재로 가짜박사 신정아를 예술감독으로 뽑아 창설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은 것이다. 신정아 사건을 계기로 재단은 연구기능 부재의 이사회를 보완하는 정책연구실(이하 연구실)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시의회, 문화, 경제, 여성 등 직능별 이사 수가 25명이나 되지만 비엔날레의 싱크탱크로 미흡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재단이 추진하는 연구실 위상을 보면 본래의 취지가 퇴색한 듯하다. 말 그대로 연구실이 재단의 핵심브레인이 되려면 이사회 수준의 독립적인 기구로 키워야 옳다. 연구실이 철저히 연구중심의 기능이라면 이사회는 연구실이 도출한 의견들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로 특화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사회의 덩치를 줄이고 연구실의 몸집을 불려야 하는데 그 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올 초 재단은 유능한 연구원 영입을 위해 5∼6명의 인원과 그에 걸맞는 파격적인 대우를 추진했다. 하지만, 지난달 이사회를 거치면서 재단 5급(일반공무원 8급)으로 강등됐다. 연구실 인원도 2∼3명으로 크게 줄었다. 적은 인원으로 감독선임 등의 막중한 과제를 수행할 수 있을지, 게다가 열악한 대우에 유능한 인재들이 연구실 문을 두드릴지 의문이다.
혹여 ‘그렇고 그런’ 인물들을 뽑아 연구실 간판을 내걸 생각이라면 차라리 없느니만 못하다. 이름 뿐인 연구실은 허물어야 마땅할 ‘옥상옥(屋上屋)’을 애써 짓는 격이기 때문이다.
/문화생활부장· 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