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이 들리는 ‘수요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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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이 들리는 ‘수요콘서트’
2008년 03월 09일(일) 18:15
매월 첫째주 금요일 밤 8시. 뉴욕 맨하튼 5번가에 위치한 구겐하임 미술관은 길게 줄지어 있는 인파로 때아닌 진풍경을 연출한다. 한 시간후 인 밤 9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이어지는 ‘퍼스트 프라이데이 콘서트(first friday concert·이하 금요콘서트) 때문이다.
‘Art After Dark’라는 주제로 열리는 금요콘서트는 구겐하임 미술관의 간판프로그램 중 하나. 지난 2005년 첫선을 보인 이 콘서트는 DJ, 록, 재즈 , 와인, 그리고 그림이 함께 어우러져 ‘미술관=전시장’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금요콘서트의 가장 큰 매력은 ‘퓨전음악회’라는 점이다. 20대 젊은이들을 위한 신나는 록 음악에서 부터 40∼50대 중·장년층을 위한 감미로운 재즈선율에 이르기까지 세대와 장르를 아우른다. 여기에 유명 DJ들의 흥겨운 비트박스가 보태져 한달에 한번 구겐하임 미술관은 환타지의 세계로 변한다.
금요콘서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자랑거리는 ‘열린 음악회’라는 것이다. 미술관 회원(참가비 무료)은 말할 것도 없고 ‘뜨내기’ 관광객도 25달러만 내면 ‘한밤의 콘서트’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불과 2년 밖에 안된, 미술관의 신생 이벤트 임에도 불구하고 매회 평균 2천 여명이 참가할 정도다.
우리나라에도 구겐하임 못지 않는 미술관 콘서트가 있다. 삼성미술관 리움(서울시 용산구 한남동)의 ‘목요음악회’다. 지난 2005년 4월 지역문화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한 이 음악회의 특징은 연주자와 관객간의 소통.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비올리스트 리차드 용재 오닐 등 유명 연주자뿐만 아니라 송년 음악회, 섬머 재즈 페스티벌 등 매월 테마가 있는 음악회로 꾸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여기에 관객의 눈높이에 맞춘 음악평론가 장일범씨의 해설은 ‘가까이 하기엔 쉽지 않은’ 클래식 음악에 대한 객석의 거리감을 좁혀준다. 리움미술관은 접근성이 떨어지는 위치에도 불구하고, 목요 음악회의 색깔을 잡아가면서 고정 팬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 5일 광주에서도 미술관 음악회가 열려 화제를 모았다. 지난달 ‘매주 수요일은 미술관 가는날’로 정한 광주시립미술관이 그 첫 행사로 ‘수요음악회’를 개최했다. 시립미술관의 표현대로 작은 음악회 였지만 200여 명의 관객이 미술관을 찾아 아름다운 선율에 푹 빠졌다. 미술관측은 매주 수요일엔 개관시간을 밤 9시로 연장해 직장인과 가족단위 관람객을 끌어 들인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시도가 ‘통한다면’, 수요음악회는 시립미술관의 핵심 콘텐츠이자 심볼이 될 것이다.
미술관이 그림만을 보여주는 ‘갤러리’인 시대는 지났다. 전시회는 물론 다양한 문화이벤트를 곁들여 미술관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 보다 많은 시민들이 문화의 단비에 촉촉이 젖을 수 있도록 제2, 제3의 수요음악회가 생겨나길 기대한다.
〈문화생활부장·jh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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