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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칼럼]설날에 한 권 동화책을 선물로
2008년 02월 04일(월) 19:28
예전 아이들이나 요즘 아이들은 일 년 중에서 가장 좋아하고 기다려지는 명절이나 행사를 말하라 하면 대부분 설날이라 합니다.
어릴 적 나와 언니는 설날이 가까워 오면 집 멀리 나가 노는 것을 자제하고, 분주해지는 어른들 주변을 돌면서 들뜬 기분으로 심부름도 곧잘 하곤 했지요. 우리 집은 살림이 그리 넉넉하지 못해서 평소에는 구경도 못하는 음식들을 명절이 되어야 먹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어요. 엄마는 오래된 무쇠 솥뚜껑을 뒤집어 놓고 솥뚜껑이 달구어지면, 돼지기름을 서너 번 문지르지요. 그 반짝거리던 솥뚜껑 안에 반죽된 부침 재료가 한 움큼 올려지면 지져지는 냄새가 집에서 기르던 흰둥이와 우리들 콧구멍을 자극하여 흥분하게 하였고, 구수한 그 냄새의 설레는 마음으로 설을 맞이하였지요.
설날 새벽 날이 밝아오면 제 스스로 일어나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동네를 돌며 어르신 찾아 세배를 드리고 한 상 가득 맛있는 음식과 덕담을 선물로 받은 따뜻했던 기억이 아직도 옛 추억을 되살려 주곤 합니다.
지금은 먹을 것이 풍족한 시대에 그러한 옛 추억과는 달리 사촌들 만나는 기쁨과 어른들에게 빳빳한 세뱃돈 받는 기쁨이 더 클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설날을 기다려 세뱃돈 기다리는 기쁨을 모르지는 않지만, 나는 몇 년 전부터 세뱃돈 대신에 어린 조카들에게는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선물로 주곤 합니다.
처음에 조카들은 동화책 선물을 그리 좋아하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설 연휴동안 책장을 넘기면서 무료함을 달래주기도 하고 큰엄마가 읽어주는 또 다른 책 맛에 조금씩 재미있어 해 보입니다.
옛날 아이들은 반듯한 책 한 권 제대로 읽지 못하고도 어른들에 대한 예절과 사람됨을 가정교육과 학교생활을 통해 배우고, 몸으로 익히면서 생활 속에 실천하면서 자라왔지요. 그리고 책을 많이 읽지 않고서도 인간답게 더불어 살 수 있었던 것은 책보다 더 큰 스승인 자연이 자기의 삶 속에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밤이면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시던 할머니로부터 권선징악을 배우고, 온 가족들과 몸을 부대끼고 살아가면서 엄마, 아버지의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일을 거들면서 부모님에 대한 존경심을 키워갈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요즘처럼 부족한 것 없이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경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아이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따뜻한 사람 사는 냄새와 그 속에 들어있는 덕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책 몇 권으로도 올바른 책읽기를 한다면, 제대로 된 사람관계와 사회성을 올바르게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어린이 책은 감동이 있고 그 감동은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에 때론 한 권의 좋은 책이 그 아이의 마음을 달래주고 희망과 용기를 줄 것입니다.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우리 것이 더 소중하다고 여기저기서 말을 합니다. 이번 설날에는 우리 아이들에게 옛날에 즐겨 놀았던 자치기, 윷놀이도 하고 동화책 한 권도 챙겨 가서 아이들과 함께 책 읽는 기쁨도 누려야겠습니다.

/김형은 어린이도서연구회 광주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