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행복한 눈물’과 노블레스 오블리제
2008년 01월 27일(일) 19:04
미국의 거부(巨富)이자 자선사업가인 존 록펠러(1839∼1937). 하지만, 생전 그의 재산에는 ‘더러운 돈’이라는 꼬리표가 붙어다녔다. 법질서가 정착되지 않은 초창기 미국 석유 시장의 대부분을 독점하면서 온갖 편법과 불법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뇌물과 리베이트 등 이른바 ‘검은 돈’의 배후에는 으레 록펠러가 있을 정도였다.
지난 1909년 록펠러는 ‘강도귀족’이란 오명을 씻기 위해 자선사업에 눈을 돌렸다. 이를 위해 록펠러 재단의 설립을 추진했지만 순탄치 않았다. 악덕기업가인 그의 ‘180도 변신’을 믿지 못한 연방정부의회가 깐깐하게 따지는 바람에 인가 받는데에 만 3년이 걸린 것이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그가 얼마나 선행을 하든지 간에 재산을 쌓기 위해 저지른 악행을 갚을 수는 없다”고 말한 일화는 록펠러 가문에 대한 미국인들의 불신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케 한다.
록펠러가(家)의 자선사업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사람은 존 록펠러의 부인인 애비 록펠러 였다. 평소 미술품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컬렉터인 메리 퀸, 릴리 블리스와 함께 프랑스에 밀린 미국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현대미술관을 건립하기로 했다. 지난 1929년 애비 록펠러가 기증한 부지에 역사적인 현대미술관이 개관한다. 바로 뉴욕현대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모마)이다. 록펠러 여사가 내놓은 기금으로 모마는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 마티스의 ‘춤’ 등 수많은 걸작들을 구입해 시민들의 품으로 돌려주었다.
이 같은 록펠러 가문의 예술후원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5월 뉴욕 소더비경매에서는 색면추상화의 거장 마크 로스코의 ‘화이트 센터’(1950년 작)가 7천280억달러(한화 약 673억 원)에 낙찰돼 큰 화제를 모았다. 이 작품의 원래 소유주는 록펠러의 넷째아들인 데이비드 록펠러. 지난 1960년 1만 달러에 구입해 50년간 자신의 사무실에 걸어둔 이 작품이 7천 배가 넘는 기록적인 수익률을 낸 것이다. 그런데 정작 세인들의 관심을 끈 것은 천문학적인 가격이 아니었다. “작품판매 금액을 모두 사회에 내놓겠다”고 밝힌 데이비드의 기부였다.
최근 삼성 비자금 특별검사팀이 ‘행복한 눈물’(로이 리히텐슈타인 작)의 보관장소로 지목된 미술창고(용인 에버랜드) 대해 압수수색을 벌이면서 다시 한번 삼성가의 컬렉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장 먹고 살기 바빠 미술관 근처에도 가기 힘든 사람들에게 이번 ‘삼성 스캔들’은 컬렉션이야말로 ‘그림의 떡’이라는 것을 제대로 일깨워주었다. 또 하나의 소득이라면 감히 구경하기도 힘든 ‘행복한 눈물’을 TV와 신문에서 질리도록(?) 봤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수확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반성이다. ‘록펠러 사람들’이 오늘날 위대한 자선사업가로 추앙받을 수 있기 까지에는 데이비드나 애비 여사의 미담(美談)이 밑거름 됐다. ‘노블레스 오블리제’(높은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책무)는 오늘날 글로벌 기업이 지켜야 할 덕목이자 화두다.
<문화생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