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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 급변하는 시대, 변화하지 않는 족속
2008년 01월 14일(월) 19:23
그녀는 중국 연변족이다. 일명 매매혼적 국제결혼을 한 이주여성. 시원한 눈매가 날카롭다. 목소리는 높고 칼칼하다. 키가 훤칠하게 크고 걸음걸이도 씩씩하다. 임신 2개월인 그녀가 아는 사람이라고는 결혼중매인과 남편, 남편의 가족들 뿐이다. 그녀는 남편이 일하러 나가있는 동안 집에서 칠순의 시아버지와 종일 함께 지낸다.
남편은 밤늦게 돌아온다. 그녀는 반가움에 피곤하다는 남편을 붙잡고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늘어놓는다. 이런 불평 저런 불평도 한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자란 그녀는 논리정연하고 당당하게 따진다.
왜 해주기로 약속한 혼수를 해주지 않느냐. 사람은 약속을 지켜야한다. 나는 시아버지하고만 살기로 하고 결혼했다. 왜 내게 시숙의 딸까지 키우라고 하느냐. 왜 시아버지는 화장실을 그렇게 더럽게 쓰느냐. 왜 시아버지는 당신의 월급을 내게 주지 않느냐. 왜 시누이는 내게 이래라 저래라 명령하느냐…
나는 일하고 싶다. 왜 여자는 일하면 안된다고 하느냐. 나는 돈을 벌어 연변의 친정아버지 약값도 보태고 싶고, 동생이 대학에 다닐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 일 못하게 하려면 당신이 번 돈을 달라. 나는 시아버지를 모시고 있고 집안 일도 한다. 그런데도 당신 월급을 시아버지가 틀어쥐고 주지 않는 것은 말이 안된다. 일하는 것도 안된다, 당신 월급도 안준다, 그러면 나는 못산다. 중국으로 돌아가겠다…
그녀가 집을 나왔다. 중국으로 돌아가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녀의 꿈은 대한민국 국적 취득이다. 아이도 낳고 싶고 일도 하고 싶다. 돈 벌어 연변에 있는 가족들에게 보내고 싶다.
그런데 남편은 그녀를 팽개쳐두고 들어오지 않는다. 남편은 하루 종일 일하고 돌아온 자신을 편하게 해주지 않아서 들어오기 싫다고 했다.
그녀는 남편의 말을 이해하기 어렵다. 부부가 그런 말도 못하는가.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 수 없다고 한다. 게다가 때리기까지 하는 남편을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통계청 보고에 의하면 2006년 국제결혼 건수는 3만9천71건으로 전체 결혼의 11.6%를 차지하고 있다. 2007년 행자부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주민은 72만2천686명으로 전년에 비해 35% 증가했다. 전 세계적으로 1년에 1억8천5백명 이상의 인구가 자기 나라를 떠나 이동을 한다고 한다. 이중 65∼70%가 생계 유지나 새로운 일자리의 추구 등 경제적인 이유에서 이동한다. 결혼이주도 경제적인 요인이 크다.
그렇지만 여성의 이주가 단순히 빈곤 때문만은 아니라고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염 대표는 말한다. ‘경제적인 목적뿐만 아니라 새로운 삶을 개척하려는 젊은 여성들의 결단’이라는 것이다. 전후 사정이야 어찌 되었든 이주여성들이 한국에 온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확장하고 꿈을 실현하기 위한 용기있는 시도인 것만은 분명하다.
바야흐로 다문화 시대다. 여성의 의식은 변화하고 있다. 당당해졌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도 예전과는 다르다. 시대가 변했다.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은 남편들이다. 폭력이라니. 부끄러운 일이다.

/임수정 광주 여성의전화 사무국장